【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10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박근혜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 주관 '7차 촛불대회'가 열린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축포가 터지고 있다. 2016.12.10. hgryu77@newsis.com 16-12-10 【광주=뉴시스】배동민 신대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첫 주말, 광주의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금남로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6만여 명이 모여 촛불을 들었고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을 외쳤다.

"끝이 아닌 시작"을 외친 시민들은 더 날선 비판과 풍자로 또 다른 촛불의 시작을 알렸다.

◇ 탄핵 가결…축제 즐긴 시민들

'국정농단 헌정파괴 박근혜 퇴진 광주운동본부'는 10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7차 박근혜 퇴진 광주시국 촛불대회'를 열었다.

박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된 후 처음 열린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6만여 명, 경찰 추산 700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정당,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을 비롯해 직장인, 대학생, 중·고등생, 초등학생, 아이들과 함께 나온 부모들은 한 목소리로 "박근혜 즉각 퇴진" "탄핵은 시작이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등을 외쳤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만큼 시민들은 앞선 여섯 차례 촛불집회보다 더욱 축제 같은 분위기를 즐겼다.

대학생 이지훈(23)씨는 "시험 기간이지만 3~4시간이 대수냐"며 "선후배들과 손을 잡고 나왔다. 오늘은 오늘대로 국민들의 승리를 즐기고,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부역자 처벌을 위해 계속 촛불을 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덟 살 딸부터 세 살배기 딸까지, 4남매와 함께 집회에 나온 김무영(43)씨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국민들의 힘으로 바로 잡아가고 있다"며 "날이 춥지만 역사적인 순간을 아이들과 함께 즐기고 싶어 나왔다"고 전했다.

여자 친구와 집회 현장을 찾은 조영범(29)씨는 "탄핵소추안 가결로 기존과 다른 축제 분위기였다"면서 "국민들이 앞으로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심을 꾸준히 가지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공기업 취업에 합격한 신왕수(26)씨는 "집회 현장을 다니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시민들이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중·고등학생들도 광장 정치의 주역이 돼 발언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투표만 하고 그치는 게 아닌, 지속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대형태극기를 들고 금남로 일대를 1시간 가량 행진한 뒤 집회를 마무리했다.

◇ 대통령 향한 더 날선 풍자

촛불집회를 축제처럼 즐긴 시민들은 "끝이 아닌 시작"을 외쳤고 박 대통령을 향해 더 날선 구호와 풍자를 선보였다.

구호와 손에 든 피켓 내용은 '박근혜 퇴진' '박근혜 체포'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새누리당 해체' '부역자 처벌' '박근혜 김기춘 구속' '부역자 김기춘 우병우 황교안 처벌' '죽 쒀서 ×주지 말자, 황교안 사퇴' 로 더욱 거세졌다.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10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박근혜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 주관 '7차 촛불대회'가 열리고 있다. 2016.12.10. hgryu77@newsis.com 16-12-10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을 밝혀라' '통합진보당 해산 지시'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최저임금 인상' '고 백남기 농민 책임자 처벌' '개성공단 재가동' '잘가라 박근혜, 잘가라 핵발전소' 등 박근혜 정권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칼(죄인에게 씌우던 형틀)을 씌운 박근혜 대통령과 박근혜 구속 껌이 등장하면서 풍자의 강도도 높아졌다.

이날 집회에서는 박 대통령의 사진으로 만든 가면을 쓰고 목에 칼을 채운 시민이 포승줄에 묶여 시민들 사이를 오갔다. 시민들은 "박근혜 구속"을 외치며 퍼포먼스에 동참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본부는 1만통의 '박근혜 구속 껌'을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포장지에는 '박근혜 구속, 꼭꼭 싶어주세요' '박근혜-최순실의 잘못된 정책' 등의 글을 넣었다.

이들은 "박근혜 구속 껌을 씹으며 시민들이 스트레스를 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준비했다"고 말했다.

앞서 횃불을 들어 올리고 죄수복 입은 최순실과 쇠창살 감옥 하옥 퍼포먼스를 펼쳤던 주최 측은 이날 '새로운 나라 우리의 힘으로'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전일빌딩에 내걸고 축포 20발을 쏘아 올렸다.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이끌어낸 국민들의 승리를 축하하고 정권 즉각 퇴진과 부역자 처벌을 위해 물러서지 않고 촛불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의 축포였다.

강원각(50)씨는 "헌법재판소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끝까지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마음을 한 데 모아야 한다"면서 "공정한 사회 체계가 잡히고, 부역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때까지 일련의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무대 오른 김제동·김부선…시민 환호

방송인 김제동씨는 촛불대회 사전 행사인 '만민공동회' 무대에 올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은 촛불을 든 국민이 해낸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버티고 있던 새누리당 의원들을 국민이 (가결에)동참하게 만들고, 특검 수사를 이끌어 냈다. 박수와 환호를 받아야 될 사람은 우리"라며 "국민 목소리를 제대로 듣는 정부를 만들 때까지 지치지 말고 끝까지 함께 가자"고 당부했다.

그는 "국회의원들과 검찰을 움직인 것이 촛불의 힘인 것처럼 헌법 재판소도 국민 뜻을 받드는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우리의 목소리를 전해주는 것이 합당하다"며 "앞으로 조금만 더 수고해 달라"고 전했다.

시민들은 김씨의 말이 끝날 때마다 큰 환호를 보냈다. 김씨와 시민들은 노래 '남행열차'를 함께 부른 뒤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광주에서 촬영되는 인권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에 출연하는 영화배우 김부선씨는 "연예인 블랙리스트 1호"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시민 환호를 이끌어냈다.

【광주=뉴시스】류형근 기자 = 10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박근혜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 주관 '7차 박근혜 퇴진 광주시국촛불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박 대통령을 풍자하고 있다. 2016.12.10. hgryu77@newsis.com 16-12-10

그는 "친일·친미 정권이 기득권을 움켜쥔 지 70년이 지났다"며 "북풍 공작과 종북몰이로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고 겁주며, 박근혜를 앞세워 지역 차별과 지역 분열의 정치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남과 광주는 가장 큰 피해자였고 가장 앞에 선 저항 세력이었다"며 "분노와 증오가 사라진 한반도에서 다리 뻗고 살아 보자. 국민이 주인이다. 국민 힘으로 새 나라를 만들자"고 말했다.

◇ "세월호 선체 인양, 진상규명" "사드 배치 철회"

세월호에서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온전한 세월호 선체 인양과 수습, 진상 규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민들이 힘을 모아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박씨는 "세월호에는 제 딸인 다윤이를 포함, 조은화·양승진·고창석·남현철·박영인·권재근·권혁규·이영숙 등 미수습자 9명이 970일 동안 남아 있다"며 "저희가 바라는 인양은 뭍으로 올라온 세월호 선체에서 가족들을 되찾는 것이다. 배가 있어야 진상 규명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많이 안아주시고 격려해 달라"며 "무엇보다 이처럼 아픈 일이 저희로 끝났으면 좋겠다. 간절한 마음으로 세월호가 온전히 인양돼 9명을 수습할 수 있도록, 미수습자 가족들이 유가족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촛불대회에 참석한 시민 6만여명은 '세월호 진상 규명'을 외치며 박씨를 격려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하는 경북 성주군·김천시민들도 광주 촛불 시국대회 현장을 찾아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사드배치 철회 성주·김천 투쟁위원회 류동인(54)씨는 촛불대회 자유발언을 통해 "사드 배치는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며 "전 국민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데 함꼐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정현 장 지져라" 전남서도 타오른 촛불

전남 지역 17개 시·군에서도 일제히 촛불집회가 진행돼 주최측 추산 1만여명이 모였다.

여수시 거문도 주민 100여 명도 백도유람선 선착장에서 '박근혜 퇴진 거문도 주민행동 시국대회'를 열고 "박근혜 즉각 퇴진'을 외쳤다.

'박근혜 즉각 구속수사하라' '용왕님이 노하셨다 당장 퇴진하라' '김기춘을 언능 구속하라' 등이 적힌 깃발을 매단 어선 10척이 해상 퍼레이드를 펼쳤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지역구인 순천시에서는 시민들이 "박근혜 즉각 퇴진"과 "이정현은 국민 앞에서 장을 지져라" 등을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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