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정은의 공포정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6.12.27. photo@newsis.com 16-12-27 北 '수령·신격화' 엘리트층 정보 유입도 철저 차단
김정은 '백두혈통 허구'…생모 공개 못해
1호 행사 검열시 총구 겨눠 '공포선행통치'
北 미래 없어 '투항' 통일제단에 한몸 바칠 것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올여름 탈북해 국내 입국한 탈북 외교관 태영호 전(前) 주영 북한 공사는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 장시간에 걸쳐 북한 체제를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 한 몸 통일의 제단(祭壇)에"라며 향후 통일관련 행보에 적극 나설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께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 모습을 드러낸 태 전 공사는 준비해 온 원고를 읽으며 자신의 탈북 동기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그는 "몇 달 전까지 김정은 정권을 위해 외교 최전선에서 활동했다"고 자신을 표현하며 "해외에서 공부한 김정은이 합리적, 이성적 판단을 내려줄 거라는 희망이 있었으나, 고모부(장성택)는 물론 측근을 무자비하게 처형하는 행태에 절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족을 핵참화에서 구원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엇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탈북 동기를 밝혔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라는 집단이 지난 70년 동안 공포정치와 처형을 통해 유지되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으며, 미래 또한 없는 사회라고 단언했다. 특히 그는 김정은은 선대가 유지해오던 '명분'과 '정체성'마저 없다고 평가하며 "김정은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엘리트층 사이에서는 이미 김씨 일가와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은 김정은이라는 신이자 수령에 모든 부서가 종속관계로 집중돼 있다"며 "정책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는 없고, 오직 김정은이라는 신이자 수령 밑에 정책을 집행하는 부서들이 종적으로 연결된 사회"라고 진단했다.

태 전 공사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점을 토대로, 북한에 외부 정보가 유입된다면 북한은 스스로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김정은이 자신의 생모를 대외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만약 북한 주민이 김정은이가 김정일의 맏아들이 아니고, 김정일의 여러 여인 가운데 한 명이 나은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수령의 신격화는 유지될 수 없다"며 "그래서 북한은 어떻게든 외부 정보의 유입을 차단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인터넷을 차단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유학 또는 근무하다 들어온 사람들에게 보위부 감시원을 붙여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심지어 길거리에서 주민의 휴대전화를 불시 검열해 문자메시지 등에 남한 드라마 등에서 사용하는 문체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등을 검색하는 것도 이러한 정보 유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공포정치'의 하나라는 것이다.

【서울=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가 2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마친 후 만세를 외치고 있다. 2016.12.27. photo@newsis.com 16-12-27

태 전공사는 이와 관련해 "김정은은 생모인 고영희의 이름을 주민에게 공개하지 못하고, 지난 3월 만든 강령에 '김정은의 어머니는 선군조선의 어머니'라고 밝히고 있다"며 "이것이 바로 김정은 백두혈통의 허구성"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북한의 경제정책 또한 이로 인해 모순적인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은 모든 (명분상) 모든 주민의 의식주 문제를 신과 수령이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서전) 하는데 시장경제정책을 받아들인다면 김정은이 설 곳이 어디 있겠나"라며 "이미 북한 경제는 원시적 자본주의인데, 상부만 사회주의 집단주의에 기초하고 있어 마찰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이 집권한 후 일상생활에서의 통제와 감시 등 이른바 공포통치가 더 강화됐다고 밝혔다.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그 어느 때도 숙청이 중단된 적은 없지만 김정은 집권 후 유독 심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김정일 때도 행사를 할 때 신분증을 대조했으나, 그때는 보안요원들이 넥타를 매고 나와서 신분증을 (차분하게) 검열했다"며 "그런데 김정은 때는 군복을 입은 보안요원이 총을 차고 신분증을 검열할 뿐만 아니라 기관총을 겨눈 상태에서 검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접 당해보니 목숨이 날아갈 수 있으니 행동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것이 바로 김정은의 공포선행정치, 공포심리를 먼저 자극해 절대 들고 일어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에서 엘리트층, 흔히 말하는 고위층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외무성 또는 대남부서 일꾼을 제외한 나머지는 철저하게 제한되고 가공된 정보만을 본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4년 상반기에 마지막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그는, 고민 끝에 가족과 함께 탈북한 만큼 앞으로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통일을 위해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탈북 결정이 남북 외교대결의 최전선에서 '투항'한 것이라는 표현도 썼다.

태 전 공사는 "통일은 그 어떤 개인이나 집단의 희생 없이는 되지 않느다고 생각한다"며 이 한 몸 통일의 제단에 바친 일인데, 제가 죽는다더라도 그것이 기폭제가 돼서 더 많은 동료들이 나서고, 더 좋은 계기가 되어 통일이 가까워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공개 활동이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 "한국 정치에 개입할 의사도 없고, 한국 국내정치도 잘 모른다"고 덧붙였다.

jikim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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