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50여개 보수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후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7차 탄핵반대 송화영태(送火迎太) 태극기 집회'를 개최했다.
송화영태란 '촛불을 보내고 태극기를 맞아들이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날 집회는 참가자 다수가 고령이고 영하권의 추운 날씨를 감안해 평소보다 이른 오후 2시부터 진행됐다.
주최 측은 올해 마지막 날에 열리는 집회인 만큼 지역 회원들이 대거 상경해 참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날 오후 8시 기준 주최 측은 100만여명이 모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오후 6시 기준으로 일시점 최다 인원을 2만5000명으로 추산했다.
탄기국은 집회에 앞서 참가자들에게 태극기와 태극기 배지를 무료로 배부했다. 이번 집회부터 세월호 리본 배지에 맞서 태극기 배지를 제작해 전 국민 태극기 배지 달기 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대다수인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억지 탄핵 원천무효', '속지마라 거짓선동' 등의 피켓을 들고 "탄핵무효 국회해산"을 연신 외쳤다.
대구에서 온 윤희정(54·여)씨는 "언론에서 말도 안 되는 말로 대통령을 매도하고 있는 것을 보자니 화가 나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서울에 올라왔다"며 "나라가 똑바로 섰으면 하는 마음이 커 춥고 배고픈지도 모르겠다. 언론에서 그만 선동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집회는 난타 특별 공연과 함께 시작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과 변희재 미디어워치 발행인 등이 집회에 참여했다.
김 의원은 "도처가 지뢰밭이라 집회에 참석하는 게 쉽지 않지만 내 한목숨 살겠다고 가만히 숨어있으면 되겠냐"며 "우리나라가 언제 법대로 하는 나라인가. 무조건 목소리 크고 떼쓰면 되는 곳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태극기 물결이 훨씬 거대하게 물결치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반드시 탄핵은 기각될 것"이라며 "다같이 힘을 내서 탄핵이 기각되도록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 발행인은 "JTBC 손석희 사장이 밝힌 최순실씨의 태블릿 PC 입수 경위는 다 거짓이다. 입수 날짜와 장소 모두 거짓"이라며 "그는 조작의 달인"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1부 집회를 마친 오후 3시30부터 소공로에서 JTBC 앞까지 1시간30분가량 거리행진을 벌였다. 참가자 대부분 고령임에도 지친 기색없이 주최 측의 호루라기에 맞춰 "탄핵무효", "탄핵기각"을 크게 외치며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JTBC 앞에 다다르자 "나라망신 매국언론 JTBC는 해체하라", "손석희 사장을 구속하라"고 외쳤다. 일부 참가자들은 "조작 언론 손석희를 물리쳐야 한다"고 분노하며 JTBC에 진입시도를 해 경찰이 제지했다.
이들은 별다른 충돌없이 다시 대한문에 돌아와 오후 5시30분부터 2부 집회를 진행했다. 일몰 후 주변이 어두워지자 주최 측은 태극기가 돋보일 수 있도록 무대에 서치라이트를 설치하기도 했다.
촛불집회 비하로 논란을 일으켰던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는 이날 집회에 참석해 "지난 1년은 우리 대한민국 역사에서 가장 창피하고 한심한 일들이 일어난 한해로 후손들이 기억할 것"이라며 "새해는 종북세력들 몰아내 폭력시위를 없애고 불법·탈법이 사라지기를 기도한다. 이 자리에 모인 우리들이 그것을 해내야 한다"고 외쳤다.
그는 "거리에 몰려나온 촛불세력의 아우성에 대통령이 물러나게 되면 촛불을 주도한 종북세력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게 아니냐. 악쓰면 다 되는 떼법 세상인 대한민국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태극기 집회가 더욱 커져서 우리의 목소리를 크게 내야한다. 우리 수천만 애국시민들의 태극기 휘날림이 태풍이 되어 탄핵을 막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광용 박사모 회장은 "이제까지 국민들은 언론에 속았다. 그러나 일부 깨어있는 국민들로 인해 진실을 찾아가고 있다"며 "1월7일 집회에는 목사 1000여명이 참석하고 21일 집회에는 스님 1000명도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기국은 새해 첫 주말인 1월7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앞에서 집회를 연 뒤 대치동 특검 사무실 앞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이날 오후 7시께 주최 측은 노약자 참가자들은 귀가해도 좋다고 권고 방송을 했으나 참가자들은 "끄떡없다"며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주최 측은 집회 신고인 오후 8시가 넘자 근처로 무대를 옮기고 행사를 이어갔다.
20대 참가자 여성은 자유발언을 통해 "저는 법조인을 꿈꾸는 학생이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어르신들은 자신들이 아니라 우리 젊은이들의 앞날을 위해 나오셨다"며 "지금 자유주의와 공산주의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더 많은 젊은이들이 태극기 집회에 나와 정의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후 9시20분께 자유 발언을 이어가던 도중 6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갑자기 무대로 난입했다. 주최 측은 완력으로 이 남성을 제지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이를 목격한 참가자들은 "종북 좌파는 죽어야 한다"며 흥분해 행사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정 회장은 "몰상식하고 비상적인 일을 벌인 사람을 고발 조치하겠다"며 "종북 좌파들은 처음부터 거짓과 허위사실로 조장하더니 급기야 우리 집회까지 쳐들어왔다. 우리는 이 분노를 가슴 깊이 새겨 다음 집회에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최 측은 10여 분간 참가자들을 진정 시키는 등 재정비를 한 뒤 집회를 이어나갔다. 이들은 오후 11시30분까지 자유 발언을 한 뒤 해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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