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에서 일하던 젊은 흑인 관리가 인종차별 규탄 시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에 반발하면서 사임했습니다.
18일 워싱턴포스트(WP)는 메리 엘리자베스 테일러 국무부 입법 업무 담당 차관보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사직서를 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올해 30세인 테일러는 역대 최연소이자 최초의 흑인 여성 국무부 입법 담당 차관보였습니다.
WP가 5문단짜리 사직서를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테일러는 "격변의 순간은 당신을 변화시킬 수 있고, 삶의 궤도를 바꿀 수 있고, 인격을 형성할 수 있다"고 운을 뗐습니다.
그는 "인종적 불평등과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를 둘러싼 대통령의 발언과 행동은 내 핵심 가치와 신념에 크게 어긋난다"며 "양심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사퇴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차관보를 맡기 전 백악관 특별보좌관으로 일하면서 닐 고서치 대법관,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폼페이오 장관 등 400명 넘는 대통령 임명 인사의 상원 청문회 인준을 작업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가혹행위로 사퇴한 이후 전국적인 인종차별 규탄 시위가 진행됐습니다.
테일러는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항의하기 위해 사퇴한 첫 고위 관리라고 WP는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폭도로 몰아가면서 인종차별 문제에 공감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앞서 제임스 밀러 국방과학위원회 위원이 라파예트 광장 시위대 과잉진압 논란 이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밀러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출신 인사였습니다.
반면 테일러는 행정부의 충실한 일원으로 여겨졌으며 평생 공화당원이었다고 WP는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