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cratic National Convention via AP)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인 17일 마지막 연사로 나서 20분간 ‘화끈한 바이든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겐 “혼돈, 분열, 완전한 공감 부족을 보여줬다”며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미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화상으로 열린 전당대회 연설에서 “그(트럼프)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될 수 없다”고 트럼프를 직격했습니다.

특히 ‘대통령직의 무게’를 강조하며 “대통령이 된다는 건 당신이 누구인지를 바꾸지 못한다”며 “그건 당신이 누군지를 드러낼 뿐”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다.

미셸은 트럼프가 코로나19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미국인 15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인종차별 시위 때 ‘사진찍기 행사’를 위해 시위대에 고무탄을 쐈으며 로널드 레이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같은 공화당 출신 대통령도 옹호했던 동맹에 등을 돌렸다고 비판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평소 정치 싸움에 끼는 것을 꺼렸던 미셸이 거리낌을 내던졌다”고 전했습니다.

미셸은 민주당 대선후보 바이든에 대해선 “그는 경제를 구하고 팬데믹(대유행)을 물리치고 우리나라를 이끌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진실을 말하고 과학을 믿을 것”이라며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독선과 비과학적 언행으로 사태를 악화시킨 트럼프와 바이든을 대비시켰습니다.

이에 앞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막판까지 바이든과 경합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우리 민주주의의 미래가 위태롭다”며 ‘정적’이었던 바이든과의 단합을 외쳤습니다.

특히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처 실패를 거론하는 과정에서 “네로는 로마가 불타는데도 바이올린을 켰는데, 트럼프는 골프를 친다”며 트럼프를 폭군 네로 황제에 비유했습니다.

샌더스는 “우리는 힘을 합쳐 트럼프를 물리치고 바이든과 해리스를 차기 부통령과 부통령으로 선출해야 한다”며 “실패의 대가는 상상하기엔 너무도 크다”고 했습니다.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인 샌더스는 4년 전에도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샌더스는 그해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힐러리를 지지하긴 했지만, 경선 과정에서 앙금이 쌓인 샌더스 지지층은 힐러리를 전폭 지지하지 않았고 그 결과 민주당은 대선에서 패했습니다.

이번 대선에선 그런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지지자들에게 역설한 것입니다.

샌더스는 “바이든은 최저시급 15달러와 12주 유급휴가를 옹호하며 전 국민 건강보험 도입에선 나와 의견이 다르지만 건강보험을 크게 확대할 것”이라며 바이든이 ‘진보 아젠다’를 상당 부분 수용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이날 전당대회에선 ‘바이든 리퍼블리컨(바이든을 지지하는 공화당원)’이 대거 연사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2016년 대선에서 공화당 경선에 나섰던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가 대표적이다. 케이식은 “나는 평생 공화당원이었다”며 “평소엔 이런 일(민주당 후보 지지)이 있어선 안 되지만 지금은 평시가 아니다”고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휴렛팩커드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멕 휘트먼도 “나는 오랜 기간 공화당원이었다”면서도 이번엔 바이든에게 투표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날 전당대회는 코로나19 때문에 화상으로 열려 보통 수천, 수만 명이 운집하는 전당대회와 달리 군중도, 장내를 달구는 우레같은 박수소리도 없었습니다.

연사들은 각자 자신의 집이나 외부 장소에서 동영상으로 바이든을 지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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