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워싱턴DC을 상징하는 ‘워싱턴 기념탑’이 때아닌 이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민주당 소속 시장이 있는 워싱턴DC 측은 기념탑 이름을 따온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다수의 흑인 노예를 소유했던 점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백악관과 내무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하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이 논란이 불거진 건 민주당 소속인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이 1일 워싱턴 기념탑 이전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긴 한 보고서를 공개하면서입니다.

바우저 시장은 지난 7월 워싱턴DC 내의 거리, 건물, 공원, 동상 등의 이름에 붙은 인물이 인종차별 역사에 기여했는지 살펴보고 적절한 조치를 권고해달라며 한 실무그룹에 평가 작업을 맡겼습니다.

그런데 이 실무그룹에서 평가작업을 끝내고 보고서를 만들면서 기념탑 이전을 권고한 것입니다.

이 실무그룹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로 불리는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제임스 먼로, 벤저민 플랭클린과 미 대륙을 발견했다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등의 인물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지 워싱턴의 이름을 딴 ‘워싱턴 기념탑’, 토머스 제퍼슨의 동상이 있는 ‘제퍼슨 기념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분수 등을 철거·이전하거나 현 시대의 맥락에 맞게 수정 조치를 하라고 권고했습니다.

바우저 시장은 이날 “권고안을 검토하고 이행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구상대로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런 시설들은 모두 연방정부 관리를 받고 있어 철거·이전 권한이 연방정부에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데이비드 번하트 내무장관은 “내가 관할하는 한은 안 된다”며 “절대 그런 일(철거·이전)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공화당 상원의원인 팀 코튼은 트위터에 “헤이 DC, 그것들은 당신들이 이름을 바꾸거나 철거할 수 있는 기념물이 아니라 미국의 기념물”이란 글을 썼습니다.

급기야 이날 저녁 백악관이 대변인 명의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있는 한 (바우저) 시장의 무책임한 권고는 이행되지 않을 것”이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백악관은 권고안에 대해 “우리 역사를 허물고 우리의 위대한 유산을 파괴하는 좌파의 주장”이라며 “수도의 시장으로서 그런 생각을 제안한 것만으로도 창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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