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코로나19 백신 수급이 위협받게 됐다. 현재 국가별 대응은 제각각이지만 해당 백신 중단을 선언하는 결정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가 14일(현지시간) 얀센 백신 사용 여부에 관한 결정을 연기하면서 백신 접종에 대한 염려가 더욱 확산하는 모양새다. 주요 선진국들이 모더나, 화이자 백신 쟁탈전에 뛰어들면서 백신 불평등 확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ACIP 전문 고문은 이날 회의에서 “(혈전 등) 희귀 질환과의 연관성을 평가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얀센 백신에 대한 평가에 최소 7~10일이 더 걸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얀센 백신은 다른 제품과 달리 1회 접종만 해도 예방이 가능해 코로나19 집단면역을 앞당길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여겨졌다. 그러나 미국이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백신 사용이 어렵게 됐다.

AP통신은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 중단 선언이 이어지면서 세계 각국의 백신 접종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크로아티아, 루마니아 등은 얀센 백신을 확보했지만 당분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예방 차원에서 사용을 중단키로 했다. 특히 덴마크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부작용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모든 연령대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중단키로 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만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백신 불안 확산이 전 세계 백신 접종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백신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 예방접종 캠페인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아프리카 말라위에서는 접종을 마친 사람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몸에서 제거하는 방법까지 의사에게 묻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콩고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70만회 분량이 사용되지 않고 있다.

WSJ는 “부유한 국가들이 가난한 국가들에 2등급 주사를 내놓고 있다는 인식이 받아들여지면 전 세계적으로 접종이 늦춰질 수 있다”며 “이미 의사들은 최근의 백신 접종 일시 중지 조치가 백신 회의론을 키우고 있다고 염려했다”고 분석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 쟁탈전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화이자 백신 5000만회분을 애초 예정했던 4분기보다 이른 2분기에 받게 됐다고 발표했다. 물량 배송을 앞당긴 것이다. 이탈리아는 6월까지 화이자 백신 2500만회분을 받기로 했는데, 이에 700만회분을 추가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장 공급량을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2022년까지 생산량이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향후 몇 달 안에 백신 생산 속도를 크게 높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스탠퍼드대 그레이스 리 박사는 “미국의 결정이 잠재적으로 불평등을 악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NYT도 “백신 중단 권고가 전 세계적으로 고통스러운 결과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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