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효과를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해 백신을 추가 접종하는 ‘부스터 샷(booster shot)’ 계획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은 18세 이상 자국 성인 10명 중 3명이 2차 접종을 완료하는 등 집단 면역 달성에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 백신은 보통 두 차례 접종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코로나 예방 효과를 더 오랫동안 강화·지속하기 위해 ‘3차 접종’까지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미국 구상이 구체화할 경우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중동 등 전 세계에 백신 확보 경쟁이 격렬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백신 확보·접종 계획이 또 한 번 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의 백신 정책을 이끄는 데이비드 케슬러 보건복지부 코로나 대응 수석과학담당자는 15일(현지 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연방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1·2차) 백신을 접종하고 9~12개월 뒤 추가 접종이 필요할 가능성에 대비, 관련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항체 반응이 얼마나 오래가는지 연구하고 있다”며 “다른 백신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백신도) 부스터 샷을 맞아야 한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함께 청문회에 나온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도 “코로나 백신 효능을 강화하기 위해 부스터 샷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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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얀센 혈전 파동으로 전 세계적으로 mRNA 백신인 화이자·모더나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두 회사 최고경영자(CEO)들도 부스터 샷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CEO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을 마친 뒤 12개월 내 1회분 추가 접종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두 차례 접종 완료 후 6~12개월 사이 세 번째 접종을 받고, 그 이후 매년 다시 접종을 받는 것이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라고도 했다. 스테판 반셀 모더나 CEO도 지난 12일 “백신 접종자의 면역력을 유지하기 위한 부스터 샷을 올가을까지 공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은 현재 전체 인구의 두 배에 달하는 6억명분의 백신 물량을 확보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부스터 샷 계획을 확정하게 되면 화이자·모더나 수요가 더 늘어나게 된다. 미국이 ‘백신 안보’ 차원에서 해외에 충분히 풀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최종 종식 시점을 예측할 수 없어, 미국 등으로선 부스터 샷 확보는 필수적 선택이 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국가는 화이자 확보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화이자 백신 2500만명분의 도입 시기를 4분기에서 2분기로 앞당긴 데 이어, 2023년까지 9억명분을 추가로 받는 계약도 진행 중이다. 여러 형태로 진화하는 변이 바이러스로 매년 백신을 맞아야 할 수 있고, 예방 효과 지속 기간이 짧을 경우를 대비한 부스터 샷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호주·캐나다·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 등도 화이자 추가 물량을 다수 확보했거나, 계약 성사 단계에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EU 등이 다수로 확보하고 남은 화이자·모더나 소수 물량을 두고 다른 국가과 치열한 확보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화이자 1300만명분, 모더나는 2000만명분을 확보했다. 그러나 이는 올해 쓸 물량이다. 올해 확보 물량이 제때 제대로 들어오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모더나가 3분기 중반 이후 본격 도입될 전망이고, 노바백스 2000만명분이 있어 내년 초까지는 모더나 일부 물량이 있을 수 있지만, 국민 전체가 내년에 접종하기엔 턱없이 부족할 전망이다. 그런데 내년에 쓸 화이자·모더나 확보 진행 상황은 더디다. 작년 ‘백신 조기 확보’ 실패에 이어 내년에 쓸 mRNA 백신 확보 시기도 이미 늦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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