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 20년을 끌어온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혼란을 비롯해 잇단 악재로 최대 위기에 봉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분기점을 마주하고 있다.

6일 CNN 방송 등 현지 언론은 9월 첫 번째 월요일인 노동절인 이날부터 한 주 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연이은 악재의 고리를 끓고 내년 중간선거에 대비하기 위한 반전의 계기를 모색 중이라고 보도했다.

논란을 몰고 다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치고 정권을 거머쥔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국이 돌아왔다'며 국내외 전반에 걸친 정상화를 내세워 상대적 반사이익을 누리며 안정적 지지를 누려왔다.

그러나 아프간 철군을 감행하며 근본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의 예상치 못하게 빠른 속도로 정권을 접수한데다 카불 공항 테러로 미군 13명을 포함해 170명이 사망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며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한 게 사실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 공동 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4%에 불과한 반면 51%는 그의 국정 수행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며 데드 크로스를 찍었다.

NPR과 PBS의 공동 조사에서도 국정 수행 지지율은 43%에 불과,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게다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델타 변이로 뉴욕타임스 집계 기준 미국에서 최근 7일 간 하루 평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입원 환자가 2주 전보다 12% 증가한 10만2천285명으로 나타났고, 하루 평균 사망자는 53% 늘어난 1천544명으로 파악됐다.

두 지표 모두 지난겨울 대확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여기다 지난 8월 미국의 일자리 증가가 23만5천개에 머물며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고,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기온에 재해 수준의 허리케인과 폭염, 산불이 잇따르며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으로선 악몽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바이든 대통령이 수렁과 같은 여름을 끝내고 내년 중간선거에 대비해 분위기 쇄신을 하기 위해 사회복지망 확충 등을 위한 4조 달러(한화 약 4천631조원) 예산 처리에 최우선 순위를 둘 것으로 전망한다.

과감한 현금 풀기로 코로나로 침체된 경기를 되살리는 것이 중산층을 포함해 유권자인 미국인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는 가장 직접적 공략법이라는 판단에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내주부터 미국인의 마음속 중심이자 앞자리에 서 있는 문제들을 소통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강한 의지를 피력한 복지 예산 처리를 위한 절차에 이미 돌입한 상태다.

특히 예산의 상당 부분이 기후변화와 사회보장 등 진보 의제에 할애된 만큼 중도와 진보까지 선거를 앞두고 폭넓은 지지층 복원이 가능하다는 것이 민주당의 셈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 "거대한 대기업들은 변화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노동자 가족들을 위한 시간이다. 이것이 나의 메시지"라며 블루칼라 노동자를 겨냥한 선명한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그는 또 허리케인 아이다로 피해를 본 지역을 잇달아 방문하는 것을 비롯해 학기가 시작된 이번 주부터 코로나 상황에서 학생들의 학습 여건 등을 점검하며 현장 밀착형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아프간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단 거리를 두고 있지만 국익에 이익이 되지 않는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그의 분명한 원칙이 당장의 혼란이 가라앉은 뒤에 중도층에게 지지를 얻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일각에선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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