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동안 가난하게 자라서 통장을 확인하지 않고 지나간 날이 하루도 없었습니다."

미국 워싱턴DC에 사는 프레스턴 미첨(35)은 성인이 되고서 처음으로 꾸준히 저축을 할 수 있게 됐다.

매주 300∼500달러를 모아 최대 1만 달러(약 1천200만원)에 달하는 비상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는 또한 카드빚 2천 달러를 갚았고 이 덕분에 그의 신용점수도 올랐다.

그는 이제 내 집 마련의 꿈을 꿀 수 있게 됐고, 투자도 시작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 모든 것이 두 해 전인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팬데믹)으로 전 세계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팬데믹으로 미국인들의 재정 형편이 어려워질 것 같았으나 실제로는 그 반대로 개선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막대한 경기부양책과 경제의 빠른 회복 덕분에 많은 미국 가계가 새로이 재정 안정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인 1천170만명이 빈곤선에서 벗어났고, 가계 총저축이 2조7천억 달러(약 3천251조원) 늘었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저축률은 2020년 4월에 33.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팬데믹 이전 두 해 동안 저축률은 8%에도 미치지 못했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예금 계좌 잔액 중간값은 지난해 7월 현재 약 1천900달러로, 2년 전보다 50% 이상 증가했다.

WSJ은 미 가계의 재정 상황이 나아지게 된 배경으로 연방정부의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실업수당의 확대, 학자금 원리금 상환 유예, 아동 세액공제 등을 꼽았다.

하지만 모든 가계가 공평하게 여건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사무직 가운데 재택근무를 했던 이들이 일시 해고된 이들보다 상황이 더 나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료에 따르면 일시 해고돼 2020년 11월 현재 실직 상태인 이들 중 58%만 매달 공과금을 낼 수 있었던 데 비해 계속해서 재택근무하는 이들의 92%가 공과금을 낼 수 있다고 답했다.

여유 현금이 전보다 늘었다고 하지만 저소득 가계의 재정 안정성을 도모하기엔 부족했다.

예컨대 JP모건의 최빈곤 고객층의 계좌 잔액 중간값은 지난해 9월 961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저소득 가계가 주기적인 재정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JP모건 사내 싱크탱크가 추정한 자금 2천500달러에 턱없이 부족했다.

이와 달리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추정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 가계는 2021년 3분기 현재 1조5천억 달러(약 1조806조원) 규모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어 나머지 가계 예금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았다.

골드만삭스의 지난해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가구는 2023년 3분기에는 여유 현금을 전부 소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골드만삭스는 또한 당시 보고서에서 소득 상위 20% 가구는 여윳돈의 3분의 1을 투자하는 반면 소득 하위 가구는 대부분 은행에 계속 넣어두거나 빚을 갚는 데 썼다고 지적했다.

미 연방정부의 코로나19 지원금

미 연방정부의 코로나19 지원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명과 함께 가정으로 배달된 재난지원금 수표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저장 금지]

저작권자 © Radiok1230 우리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