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플래티넘 주빌리' 연휴와 각급 학교의 중간 방학이 겹친 지난주 영국 주요 공항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4∼5일 런던 개트윅 공항에서만 항공편 150편이 취소돼 '항공 대란'이 빚어졌다.

영국의 대표적인 저가 항공인 이지젯은 유럽 주요 도시를 오가는 항공편 80여편을 취소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주말 동안 유럽 전역에 걸쳐 항공편이 거의 200편 취소돼 영국인 수만명이 공항을 헤맸다"며 '여행 카오스(대혼돈)'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하필 이날 런던 북부 루턴 공항이 정전되는 바람에 통제시스템이 잠시 마비되고 유럽 대륙으로 통하는 유로스타의 전력 공급망에도 문제가 생겨 혼란이 가중됐다.

항공 대란은 비단 영국의 일만은 아니다.

앞서 미국에서도 현지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5월 30일) 연휴 기간 항공편 7천여편이 무더기로 결항했다.

영국과 미국에서 연휴 기간에 벌어진 항공 대란의 1차 원인은 기상악화였다.

하지만 피해가 예상 밖으로 커진 것은 팬데믹 시절 단행된 항공업계의 대규모 인원 감축 때문이라는 분석이 꾸준히 나온다.

팬데믹이 지나가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고 있으나 항공사와 공항에는 급증한 수요에 대응하거나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돌발상황에 대처할 충분한 인력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2년여의 팬데믹을 거치면서 항공 수요가 급감하자 영국 항공사에서만 3만여명이 해고됐다. 이번 주말 대규모 결항 사태를 빚은 이지젯도 직원의 10%를 감축했다. 영국 개트윅공항이 현재 직고용한 인력은 팬데믹 이전보다 40% 적다.

다시 인력을 보충하려 해도 인건비가 급등해 여의치 않아 악천후나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직원 결근, IT 시스템 불통, 정전 등과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면 제대로 대처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항공 대란은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되면 전세계적으로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개트윅 공항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승객

영국 개트윅 공항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승객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전체의 항공관제를 관할하는 유로컨트롤은 이미 유럽의 여러 나라가 올여름 예정된 모든 항공편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운항 스케줄 재검토를 촉구했다.

가디언은 "더블린, 파리, 토론토, 로스앤젤레스(LA), 스히폴 할 것 없이 전세계 허브 공항에서 인력이 없어 항공편이 지연 또는 취소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네덜란드 KLM항공은 4일 밀린 승객 명단을 삭제하려고 유럽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오는 모든 항공편을 취소했다"라며 "KLM항공은 '직원을 더 고용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팬데믹에서 벗어나면서 소비자의 급격한 변화에 고전하는 분야는 비단 항공업계만이 아니다.

비대면 시대에 수익을 톡톡히 챙겼던 아마존, 넷플릭스, 월마트 등은 매출 하락에 대안을 고심 중이다.

유통업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확산의 영향으로 최근 판매가 크게 늘었던 PC, 가전제품, 주택 리모델링, 캐주얼 의류, 운동복, 가정용품과 식기류 등의 인기가 식으면서 타격을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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