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과 주택임대료가 치솟으면서 저렴한 이동식 주택(mobile home)을 이용하던 서민들까지 곤경에 처하게 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6일 보도했다.

트레일러로도 불리는 이동식 주택은 방과 부엌, 화장실 등을 간단하게 갖춰 차로 이동이 가능하도록 제작된 집으로, 미국에서는 가장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주거 형태 중 하나다.

미국 정부는 집을 살 형편이 되지 않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시 곳곳에 이동식 주택 주차용 공원을 조성해놨는데, 최근 들어 이동식 주택 가격 자체도 폭등했고 공원 주차 비용도 2∼3배나 뛰었다.

가사도우미로 일하다 은퇴한 버지니아 루비오(75)는 근 30년간 워싱턴주 포크스 지역의 이동식 주택에서 살아왔는데 한 달 350달러 정도였던 주차장 임대료가 1천 달러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정부가 주는 식품구입 바우처와 860달러의 생활보조금으로 사는 루비오는 폭증한 임대료를 감당할 능력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모두 집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WP는 치솟는 집값이 이동식 주택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식 주택 평균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8만2천900달러에서 12만3천200달러로 거의 5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신규 주택 평균 가격은 22% 상승했다.

케이시 도킨스 메릴랜드대 도시학 교수는 "토지 가격과 주거비용이 상승하면서 (주택수요가) 이동식 주택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특히 도시와 그 주변의 교외 지역에는 합리적인 가격의 주택이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유지비용 상승은 기존 거주자들을 매우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요금, 세금, 인건비 상승으로 공원 운영비용 자체가 올라가고 있어 공원 소유자들이 임대료를 인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모펀드와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공원 용지를 매입해 리조트나 결혼식장, 콘도미니엄을 개발하려고 하려고 하는데, 이런 개발 움직임도 임대료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WP가 12명의 이동식 주택 거주자들과 인터뷰를 한 결과, 올해 주차장 임대료는 대체로 10∼20% 올랐으며, 일부에서는 2∼3배나 올랐다.

이들은 아파트, 주택, 콘도의 가격이 너무 높아졌을 때 고금리 대출을 받아 이동식 주택을 샀다며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동식 주택은 중고로 내놓으면 헐값에 팔린다.

WP는 이동식 주택에 2천만명 이상의 미국인이 살고 있는데도 임대료와 관련한 제대로 된 통계도 없다면서 이는 임대료 인상과 관련해 정부가 어떤 규제도 마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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