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국가들의 안보 사령탑이 총출동하는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2박 3일 일정으로 이날 오후 싱가포르에서 막을 올렸다.

코로나19 사태로 2020년과 2021년 연속 취소돼 3년 만에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안보와 경제 등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긴장 관계에 있는 미국과 중국이 한 무대에서 격돌할 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시다.

양국 안보수장인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은 회의 첫날 약 1시간 가량 양자 회담을 가졌다고 외신이 전했다.

미중 국방 수장 간 대면 회담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17개월 만에 처음이다.

앞서 미 CNN 방송은 오스틴 장관이 웨이 부장과 회담에서 미국이 중국과의 '가드레일'(안전장치)을 모색할 것이라고 국방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두 사람은 첫 대면 회담에 이어 각각 회의 이틀째(11일)와 사흘째(12일) 첫 본회의에서 연사로 나선다.

회의를 주관하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미국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의 다음 단계'라는 제목으로 연설한다.

하루 뒤 웨이 부장의 연설 제목은 '역내 질서를 위한 중국의 비전'이다.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태 전략을 놓고 양국 안보 수장이 각각 정당성과 부적절성을 강조하며 충돌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미국은 지난달 하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일본 순방을 통해 인·태 전략 추진 방침을 더 확고히 했다.

미국과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는 물론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중 친중 3개국을 뺀 7개국이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출범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동남아시아 국방장관들과 만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앞줄 가운데)2022.6.10

동남아시아 국방장관들과 만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앞줄 가운데)2022.6.10

[싱가포르 국방부 제공/EPA=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오스틴 장관은 웨이 부장과 회담에 앞서 동남아시아 국방장관들과 만나 '개방적이고 포괄적이며 규칙에 기반한 역내 안보 환경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의 미국의 전략'에 대해 언급, 중국의 영향력 확대 견제 의지를 드러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은 인·태 전략의 목적이 '중국 포위 시도'라며 지속해서 비판해 왔다.

공동 기자회견 하는 중국·피지 대표

공동 기자회견 하는 중국·피지 대표

(수바 AFP=연합뉴스) 피지를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68·왼쪽)과 프랭크 바이니마라마 피지 총리(68)가 30일 수도 수바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피지에서는 중국과 남태평양 도서 8개국이 참가한 제2차 중국-태평양 도서국 외교장관회의가 열렸다. 2022.5.30 alo95@yna.co.kr [2022.06.01 송고]

 

지난달 달 말 피지에서 제2차 중국-남태평양 섬나라 10개국 외교장관회의를 열어 안보·경제 협정 체결을 시도하며 인·태 전략에 맞불을 놓으려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부인했지만, 캄보디아 레암 해군기지 북쪽에 비밀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의혹이 제기된 것도 인·태 전략을 둘러싼 치열한 힘겨루기로 해석된다.

웨이 부장은 이날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회동을 갖고 양국간 우호적 안보 관계를 재확인했다고 AFP는 전했다.

대만 문제도 미중 안보수장간 이날 회담 또는 추후 연설 공방에서 '뜨거운 감자'일 수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 방문 기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의 군사개입 가능성을 시사해 중국의 반발을 샀다.

여기에 회의 개최 하루 전 대만 외교부는 미국이 자국에 해군 함정 부품과 관련 기술 등 1억2천만 달러(약 1천500억원) 상당의 군수 분야 수출을 추가로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에 따라 대만을 자국 영토로 여기는 중국은 미국을 향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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