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발병 사례가 늘고 있는 원숭이두창의 명칭을 공식적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질병의 이름이 특정 인종과 민족에 대한 차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중·서부 아프리카에서 풍토병으로 정착한 원숭이두창은 현재 약 30개 나라에서 1천300명에 달하는 사람이 감염되면서 확산하고 있다.

WHO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 속한 30여 명의 다국적 과학자로 구성된 단체는 "원숭이두창에 감염됐다는 사실이 차별과 낙인찍기를 유발한다"며 "원숭이두창의 명칭을 긴급히 변경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난 주 밝혔다.

이 단체는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원숭이두창은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발병할 수 있고, 인종이나 민족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해를 끼칠 수 있다"며 "우리는 인종이나 피부색이 질병을 대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온라인 서신을 통해 밝혔다.

또 이 단체는 원숭이두창이 아프리카 밖으로 확산하기 전에는 거의 주목받지 못한 점을 지적하면서, "모든 감염 사례는 현재 유럽과 북미에서 주목받는 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긴급히 다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의 대변인은 "질병의 명명은 부정적인 효과를 최소화하고, 특정 문화, 사회, 국가, 지역, 직업, 종족 집단에 불쾌감을 주는 것을 피하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아울러 원숭이두창이라는 명칭은 질병명에 지역명이나 동물명을 넣지 말라는 WHO의 규정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원숭이두창은 현재까지 다양한 종류의 포유류에서 발견됐으며, 정확히 어떤 종에서 기원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WHO는 원숭이두창이 속한 바이러스 계열인 진성두창바이러스(orthopoxviruses) 전문가와 함께 적절한 공식 명칭을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질병 이름이 특정 인종이나 지역에 대한 차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논란이 빚어진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WHO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공식 명칭이 없을 때 코로나19가 '중국 바이러스'나 '우한 바이러스'로 불리면서 중국인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코로나19이라는 공식 명칭을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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