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체제 언론인 암살 문제로 거리를 둬왔던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다고 백악관이 14일 공식 발표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달 13∼16일 사우디아와 이스라엘 등 중동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안보·번영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약속을 강화하고, 걸프협력회의(GCC)+3(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다"며 "이곳에서 미국의 안보와 경제, 외교적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카운터파트들을 만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순방은 이스라엘에서 시작된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 지도자들과 만나 이스라엘의 안보와 번영, 더 큰 지역으로의 통합에 대해 논의한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요르단강 서안 지역도 찾아 팔레스타인 국민을 위한 안보와 자유, 기회를 제공하는 '2국가 해법'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재차 밝히는 등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협의를 이어간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방문한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대통령은 거의 80년 동안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였던 이번 중요한 사우디 방문을 고대하고 있다"면서 "그는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의 리더십과 초청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지목되자 사우디의 인권상황을 우려하며 사우디를 국제사회에서 '왕따'시키겠다고 공언해 양국 관계가 급랭했다.

이 때문에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은 대(對)사우디 정책 전환 또는 화해의 손짓으로도 해석된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사우디 방문의 배경에는 유가 급등을 핵심으로 하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한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산유 부국인 사우디의 생산 증대 등 도움이 절실하다는 현실적인 필요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바이든 일정 수행차 필라델피아로 가는 비행기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우디 방문이 유가 대응을 위한 노력 차원이냐는 질문에 "에너지 문제가 중요 이슈지만 유일한 이슈는 아니다"면서 "사우디는 80년간 미국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였으며 양국 이익이 얽혀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애초 양국 관계 냉각의 요인으로 작용했던 인권 이슈 측면에서 사우디가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이 발표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한 발짝 물러선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와 관련, 장-피에르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도 면담할 계획임을 확인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직접 자말 카슈끄지 암살 문제를 직접 제기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 "인권 문제는 항상 대외문제 대응시 대화의 한 부분이었으며 대통령이 누구와 대화하느냐와는 무관하게 항상 그럴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일어난 어떤 행위에도 눈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면담 때 자말 카슈끄지 문제를 인권 문제 차원에서 거론할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하는 기간엔 GCC 지도자들도 한자리에 모인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에서 일련의 양자간, 지역적, 세계적 이슈를 논의한다"며 "7년 전 전쟁 발발 이래 가장 평화로운 시기를 이끄는 예멘에 대한 유엔 중재의 휴전에 대한 지원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또 인프라, 기후 이니셔티브, 이란의 위협 억제, 인권 증진, 글로벌 에너지·식량 안보 등 지역 경제 및 안보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된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향후 몇 달, 몇 년 동안 이 지역에서 미국의 관여에 대한 그의 긍정적인 비전을 설명할 수 있길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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