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롱크스 동물원에 있는 코끼리 '해피'

브롱크스 동물원에 있는 코끼리 '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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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국의 동물보호단체가 동물원에 있는 코끼리가 사람 못지않은 인지능력을 갖춘 인격체이지만 수십년간 '불법감금'을 당하고 있다며 법원에 석방을 요구했으나 기각됐다.

보호단체는 코끼리에 대한 신변보호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코끼리는 어디까지나 코끼리일 뿐 사람은 아니어서 제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주 항소법원은 브롱크스 동물원에 있는 코끼리 '해피'를 풀어달라는 동물보호단체 '비인간권리프로젝트'(NRP)의 인신보호영장 청구 신청을 5대 2로 기각했다.

인신보호영장은 부당하게 억류·감금됐을 때 법원에 청구해 피해자를 풀어주도록 하는 제도다.

NRP는 해피가 동물원에서 수십년간 다른 코끼리와 떨어져 감옥 같은 곳에 불법적으로 감금됐다며 해피는 더 넓은 코끼리 보호구역으로 옮겨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 역시 자율적이고 인지적으로 복잡한 존재라는 점에서, 인간처럼 위법하게 신체가 구속된 경우 이를 벗어나기 위한 심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해피는 사람과 인지 능력 상당 부분을 공유하기에 인간에 적용되는 법으로 똑같이 보호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해피는 올해 51살로, 40년 이상을 브롱크스 동물원에서 지냈다. 앞서 NRP는 해피가 '우울하고 엉망진창인 상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동물의 지각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법률상 인신보호영장은 동물에 적용되지 않는다며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주심 재닛 디피오레 판사는 판결문에서 "코끼리가 적절한 보살핌과 연민을 받을 자격이 있는 지적인 존재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하지만 인신보호영장 제도는 불법적인 구금에서 풀려날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려는 것으로, 인간이 아닌 해피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디피오레 판사는 해피에게 자유를 주게 되면 현대사회에 불안정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반려동물이나 장애인 보조 동물 등 다른 동물을 풀어달라는 신청이 잇따르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동물에게 인간과 같은 법적 권리를 부여할지는 입법부가 결정할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NRP는 패소 후에도 해피의 자유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이번 판결을 두고 "해피뿐만 아니라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 정의의 원칙을 지키려는 모든 사람의 패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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