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해빙(海氷·바다얼음)이 점차 사라져 북극곰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가운데 그린란드 남동부의 질척한 민물 빙하에 의존해 살아가는 북극곰 무리가 발견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과학 잡지 '사이언스'를 인용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바다 위 해빙에서 바다표범을 사냥하는 북극곰도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신문은 해석했다.

워싱턴대학교 응용물리연구소 연구원으로 이번 연구 보고서를 쓴 크리스틴 레어드 박사는 "이들 무리는 그린란드 표층 얼음에서 떨어져 나온 민물 빙하에 의존해 이곳에서 생존해 왔다"며 "이런 특이한 서식지가 북극곰의 피난처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북극권 연구 전문가인 그는 이런 지형이 특이하긴 하지만 그린란드의 다른 곳이나 노르웨이에서 멀리 떨어진 북극해의 스발바르 제도 등지에서도 발견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들 북극곰 무리는 산이나 해류로 고립된 곳이나 그린란드 빙하와 얼음으로 뒤덮인 좁고 긴 만인 피오르 지역에서 민물이 북극해로 흘러 들어가는 곳에서 살고 있으며 개체 수는 수백 마리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고립된 지역에서 수백 년 동안 살아온 북극곰은 다른 지역 북극곰들과 비교해 몸집도 작고 새끼도 덜 낳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지역 북극곰은 몸무게가 최고 250㎏ 정도까지 나가지만 이곳 북극곰은 180㎏ 정도에 불과하다.

새끼를 적게 낳는 것은 거친 생활환경에서 짝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극곰

북극곰

[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과학자들은 다른 곳에 사는 북극곰은 해빙이 모두 녹아 없어질 경우 생존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지질학연구소의 야생생물학자로 알래스카 남부 뷰포트해 생태를 연구하는 토드 애트우드 박사는 이번 연구가 북극곰 연구의 중요한 진전이기는 하지만, 알래스카나 캐나다, 러시아 등지에 사는 북극곰들도 그린란드 북극곰처럼 민물 빙하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빙이 사라지면 북극곰들은 맨땅에서 작은 새를 잡거나 풀을 뜯어 먹으며 연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극 해빙은 겨울에서 봄에는 넓게 퍼져 있다가 여름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9월이 되면 일부만 남는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위성으로 보면 여름철 북극 해빙은 10년마다 13%씩 줄어들고 있다.

2020년 과학 잡지 '자연기후변화'에 따르면 현재 추세대로 기후변화가 계속 진행될 경우 이번 세기말이면 북극곰이 멸종 위기로 몰릴 것으로 일부 과학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 NASA 본부에서 빙설 과학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소르스텐 마커스 박사는 "우리는 지속해서 해빙 너비와 두께의 변화를 관찰한다"며 "이번 세기 중엽이 되면 여름에는 해빙을 볼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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