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가능성을 둘러싸고 긴장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실제로 방문하게 되면 중국이 그가 탄 항공기의 착륙 저지를 시도하는 등 군사적으로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초강경 시나리오'까지 언급되는 터다.

중국이 이렇게 나온다면 미국도 항공모함을 기동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할 공산이 크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 중국이 다른 때보다 더 강력한 경고를 미국 측에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의 진위를 묻자 "당신(질문자)이 알고 있는 내용이 정확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FT는 앞서 23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중국군이 펠로시 의장이 탄 대만행 항공기가 대만에 착륙하지 못하도록 막을 가능성과 전투기를 동원, 이 항공기의 비행을 방해할 가능성 등을 거론했다.

자오 대변인은 중국이 경고한 대응에 군사적 수단까지 포함될 수 있다는 FT 보도의 사실 여부는 확인하지 않으면서도 "중국 측은 최근 미국 측에 여러 차례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대해 결연한 반대, 엄중한 우려와 엄정한 입장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언제든 준비됐다"며 "미국 측이 제멋대로 행동한다면 중국 측은 반드시 엄정하고 강력하게 조처해 국가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수호할 것이며 이로 인한 모든 결과는 미국 측의 책임"이라고 경고했다.

대만 해협 통과한 미 구축함 벤폴드

대만 해협 통과한 미 구축함 벤폴드

(남중국해 로이터=연합뉴스) 19일 미국 해군 제7함대 소속 유도미사일 구축함 벤폴드함이 남중국해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2022.7.20 jsmoon@yna.co.kr

 

미국도 중국의 예상 가능한 반응에 대비해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의 외교·안보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23일 칼럼에서 미군이 내달 대만을 방문할 예정인 펠로시 의장을 보호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펠로시 의장이 군용기를 이용하는 방안뿐 아니라 항공모함을 기동하거나 근접 공중 지원을 위해 전투기를 파견하는 안 등이 고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24일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해 "이 지역에서 중국군은 공중과 해상에서 눈에 띄게 공격적으로 됐다"고 지적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양측의 강경한 태도가 전해지면서 최악엔 대만해협 주변에서 미국과 중국이 우발적으로 군사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펠로시 의장의 방문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두 강대국이 맞붙는 '힘의 대결'의 무대가 된 대만은 이미 초긴장 상태다.

대만은 수도 타이베이에서 25일 낮 30분간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중단했던 민방공 훈련을 재개했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이 훈련이 중국의 공습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보도했다.

이날 훈련에서는 '미사일 경보'가 울려 퍼진 가운데 주민에게 즉시 실내로 대피하라는 문자 안내 메시지가 전달됐다. 상가는 문을 닫았고 야간 공격에 대비해 등화관제가 시행됐다. 소방대원들은 미사일 공격으로 일어난 화재 진화 훈련을 했다.

저작권자 © Radiok1230 우리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