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3명 중 2명은 현행 종신제인 연방대법관 임기에 일정한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AP 통신은 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와 함께 14∼17일 성인 1천85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7%가 대법관 종신제를 폐지하고 임기를 정하는 데 찬성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는 82%가 대법관 임기제에 동의했다.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 대법관 임기가 필요하다고 본 사람은 57%였다.

또 응답자의 43%는 대법원을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 수치는 3개월 전 27%와 비교하면 상당히 상승한 것이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이번 조사는 대법원이 공공장소에서 권총을 휴대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 데 이어 임신 6개월 이전까지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한 이른바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공식 폐기하는 등 보수적인 결정을 잇달아 내린 뒤 이뤄졌다.

조사에서 여성 낙태권을 축소한 판결에 반대한다는 응답자 비율은 53%로 나타났으며, 찬성한다는 사람은 30%였다. 나머지는 찬반을 고르지 않았다.

이 판결에 대한 반응은 지지 정당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민주당 지지자는 80%가 반대했으나, 공화당 지지자는 63%가 찬성했다.

낙태 합법 판례 폐기 판결 당시 미국 대법원 구성

낙태 합법 판례 폐기 판결 당시 미국 대법원 구성

 

미국 최고 법원인 연방대법원은 대법관 9명으로 구성된다. 대법관 정치 지형을 보면 6명은 보수 성향이고, 3명은 진보 성향이다.

대법관은 사망, 사직, 탄핵에 의해서만 물러나기 때문에 언제 자리가 빌지 알 수 없다. 현재 나이가 가장 많은 대법관은 74세인 클래런스 토머스이고, 다음 연장자는 72세인 새뮤얼 얼리토다. 나머지 대법관은 50∼60대다.

미국 진보 진영의 아이콘이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은 2020년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났고, 지난달 미국 역사상 첫 흑인 여성 대법관으로 취임한 커탄지 잭슨의 전임인 스티븐 브라이어는 83세에 은퇴했다.

긴즈버그는 27년, 브라이어는 28년을 각각 대법관으로 봉직했다.

낙태권 축소 판결 이후 민주당을 중심으로 대법관 개혁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지금의 정치 구도에서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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