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해온 판례를 파기하면서 미국 사회가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 중부 캔자스주에서 이 문제가 유권자의 심판대에 오른다.

AF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캔자스주는 2일(현지시간)로 예정된 프라이머리 투표 때 캔자스주 헌법이 임신을 종결할 권리를 폐기할지 여부도 함께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상·하원, 주지사 각 당 후보를 뽑는 선거를 이날 치르는 캔자스주는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주 헌법 조항을 폐지하는 헌법 수정안을 놓고도 유권자에게 찬반을 묻기로 했다.

여성이 임신 28주 전까지 임신 중단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이 6월 24일 연방대법원에서 뒤집힌 이래 유권자들이 낙태권에 대해 주 차원의 투표로 의견을 직접 표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낙태권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첫 시험대로, 결과에 따라 낙태권 논쟁의 찬반 진영에 힘을 실어주거나 타격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캔자스주 공화당 진영은 2019년부터 낙태권을 명시한 조항을 삭제하는 주헌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지난 달 미국 캔자스주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낙태권 찬성 집회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달 미국 캔자스주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낙태권 찬성 집회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캔자스주에서는 현재 임신 22주까지는 낙태가 합법이다. 미성년자의 경우 낙태를 하려면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고, 시술 전 24시간의 의무 대기 시간을 두는 등의 조건이 따른다.

주헌법 수정에 찬성하는 진영에서는 '캔자스주 헌법상 낙태에 대한 권리는 없으며 정부가 낙태 관련 예산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는 내용의 수정안이 통과되면 주 입법기관이 사법적 방해 없이 낙태권을 규제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산모와 아기) 양자 모두 소중하다'(Value them both)라는 슬로건 아래 찬성표를 던질 것을 독려하고 있다.

반대파는 이 같은 헌법 수정안이 통과되면 공화당 세력이 강한 캔자스주에서 오클라호마나 미주리 같은 주변 지역처럼 낙태권이 거의 전면적으로 금지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주리의 경우 성폭행이나 근친상간과 같은 극단적인 경우에도 예외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닐 앨런 위치타주립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낙태권 폐지 내용을 담은 이번 헌법 수정안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29%에 달하는 무당파 유권자들의 표심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로이터에 전망했다.

민주당 성향은 아니지만 낙태권을 옹호하길 원하는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투표 결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앨런 교수는 내다봤다.

캔자스주는 1964년 이래 대선에서 줄곧 공화당을 지지한 보수 성향이 강한 주로 꼽히지만 현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의 로라 켈리다.

한편, 캘리포니아와 켄터키, 버몬트 등 다른 주 역시 11월 중간선거에서 낙태권 문제를 표결에 부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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