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인 탈레반이 자국 내에서 진행된 미국의 알카에다 수괴 아이만 알자와히리 제거 공습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정부 대변인은 2일 성명을 내고 최근 카불에서 발생한 미군 공습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는 국제 규범과 도하 협정을 명백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주택가에서 공습이 이뤄졌다"며 치안·정보 당국의 예비 조사 결과 미국 드론에 의한 공격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행동은 지난 20년간 (미국이) 실패한 경험을 반복한 것"이라며 "미국, 아프간, 지역 사회의 이익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핑계에도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탈레반 정부)는 이 공격을 강력하게 비난한다"고 했다.

다만, 무자히드 대변인은 공습 과정에서 실제로 알자와히리가 숨졌는지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탈레반이 도하 협정을 중대하게 위반했다며 알자와히리를 관리하고 보호했다고 지적했다.

블링컨 장관은 "약속 이행에 대한 탈레반의 주저와 무능에 직면해 우리는 아프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과 탈레반은 2020년 2월 카타르 도하에서 무력 충돌 종식을 위한 평화 협정에 서명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주둔군 철수와 함께 군사력으로 아프간을 위협하거나 내정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합의했고, 탈레반은 아프간이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 무장조직의 활동 무대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탈레반은 세력을 더욱 확장했고 작년 8월 20년 만에 아프간을 재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알자와히리가 지난달 30일 아프간에서 미국의 드론 공습을 받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주도한 공습 당시 알자와히리는 탈레반의 고위 지도자인 시라주딘 하카니의 보좌관이 소유한 집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Radiok1230 우리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