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강력한 경고 속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2일 대만을 방문함에 따라 대만 갈등이 점점 임계점을 향하는 양상이다.

이번 갈등의 이면에는 대만의 전략적 중요성 증대, 점점 커지는 미중간 상호 불신 등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은 1997년 뉴트 깅그리치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이 차이의 배경에는 우선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숨긴 채 힘을 기른다는 의미)에서 대국굴기(大國堀起)로 전환한 중국의 변화가 존재한다.

중국은 건국 이래 시종 '대만은 중국의 미수복 영토'라는 입장이다.

국력 면에서 중국이 대만을 압도하고, 유엔에서 중화인민공화국(중국)이 중국을 유일하게 대표하는 상황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 즉 대만이 주권국가로 독립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중국과 대만은 남북한보다 훨씬 자유로운 상호 교류를 해왔다.

그러나 2012년 집권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화민족의 부흥을 내세우며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을 배제하지 않음을 분명히 하고, 2016년 집권한 대만 민진당의 차이잉원 총통은 독립 지향성을 갈수록 선명하게 드러내면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최근 수년간 흔들리고 있었다.

올가을 당대회에서 당 총서기 3연임을 확정할 것으로 보이는 시 주석이 자신을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과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의 반열에 올릴 업적으로 대만 통일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에다 미중 전략경쟁 요인이 겹쳤다. 양국이 국운을 건 전략경쟁에 접어들면서 대만의 군사·경제적 의미는 커졌다.

중국의 대만 통일은 미국 입장에선 중국과의 태평양 대치선이 대만의 동쪽 해안으로 성큼 다가옴을 뜻한다. 중국 입장에선 서태평양 제해권에서 결정적인 교두보가 마련됨을 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군사안보적 차원뿐만 아니라 미중 기술패권 경쟁 차원에서 대만의 가치가 더해졌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미국이 추구하는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서 핵심 플레이어 중 하나다.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가동하며 동맹국을 규합하고 있는 미국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를 용인할 경우 자신들의 세계 전략 자체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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