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한 중국의 '대만 침공 연습'이 7일 일단락되면서 4차 대만 해협 위기는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중국이 대만 주변 해역에 탄도미사일을 날리고 전투기와 군함들이 대만 해협 중간선을 대규모로 넘어서면서 군사적 긴장이 일촉즉발의 수위까지 치솟았지만 미국과 중국 양측이 극단적 군사 충돌만큼은 피하면서 상황 관리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지난 4∼7일 전면적 전쟁 연습을 벌이면서 대만과 미국을 동시에 겨냥한 무력 시위를 벌였지만 미국의 즉각적 개입 명분을 줄 만큼의 행동은 자제했다.

관영 매체를 통해 요격 가능성까지 운운하던 중국은 정작 펠로시 의장 일행의 대만 이동에 직접적인 군사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 또한 보복 차원의 대만 침공 연습도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난 다음 날인 4일부터 시작했다.

또한 중국은 탄도미사일과 다연장로켓을 퍼붓고 군용기와 함정을 대거 동원해 대만 해협 중간선을 넘나들면서 수십년 간 유지된 현상(現狀)을 일방적으로 무너뜨렸지만 대만 영해 침범까지는 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무력 시위 주체를 전군 차원이 아닌 동부전구 차원에 국한한 점, 대만 침공 작전에서 핵심 임무를 수행할 전략 무기인 항공모함을 전면에 앞세우지 않은 점, 육전대(해병대) 등을 동원한 대규모 상륙 훈련을 공개하지 않은 점 등은 중국이 위협 수위를 조절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미중 관계가 일정 부분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양국 관계가 관리 불가능한 상황까지 악화하기를 바라지 않고 있다는 중국의 속내를 보여준다.

중국 사회과학원 뤼샹 연구원은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펠로시의 대만 방문으로 대만 해협의 현상은 완전히 무너졌지만 중국은 무모하게 굴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통일 문제에 간섭하지 않는 이상 두 강대국 간 관계는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군사훈련 이후 미국도 '추가 스텝'을 공언하는 등 양국 사이에 일정한 긴장 수위 상승이 불가피하겠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물리적 충돌 사태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국제관계에서 긴장은 전략적 상호작용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며 "두 나라가 전투 행위에까지 가까이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995∼1996년 3차 위기에 이어 4차 대만 해협 위기로 평가할 만한 이번 사태에서 미국이 보여준 신중한 태도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4∼7일 중국이 대만을 봉쇄하고 탄도미사일을 날리는 등의 위협적 군사 행동을 벌이는 동안 미국은 중국이 역내 위기를 조장한다면서 강력히 비난했지만 항공모함 1척을 대만에서 거리가 있는 서태평양에 대기시킨 것 외에는 직접적 군사 대응을 하지 않고 사태를 관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3차 위기 때 항공모함 2척을 대만 근해에 집결시키는 초강수로 중국의 무력 시위를 잠재워버린 방식과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미국은 또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당초 예정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의 시험 발사를 연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에 힘을 쏟아붓고 있는 미국이 대만을 놓고 중국과 군사적 충돌을 벌이는 상황까지 감당하기에는 큰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평가한다.

쑹원디 호주국립대 교수는 7일 대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중미 최고 지도자들은 여전히 분쟁을 통제 가능한 상태에 두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그렇지 않았더라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직전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전화벨은 울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양측 모두 양국 관계의 파탄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과 중국의 힘을 통한 대만 해협 현상 변경 시도가 가져온 충격으로 안 그래도 사사건건 대립하던 미중 관계의 추가 악화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공교롭게도 미중 양국이 비슷한 시기 중간선거(11월)와 20차 당대회(가을)라는 중대 정치 행사를 앞두고 있다.

임기 후반 국정 동력이 달린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중국 현대사를 고쳐 쓰고 장기집권 시대를 열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 국내 정치에 매진해야 할 상황이다.

미중 간 극단적 군사 충돌도 부담스럽지만 특별한 계기 없이 양국 관계 개선을 능동적으로 모색하는 것은 '국내 관중'들에게 유약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미중 간 긴장 완화 모색은 11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쑹 교수는 "11월까지는 미중 관계가 상당히 저조한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11월이 되면 미국 중간선거와 중국 20차 당대회가 끝나고, 중국이 불만을 품은 펠로시 의장이 물러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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