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에 한국이 가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중국에서 한국의 가입을 막을 수 없다면 한국을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한국이 칩4 안에서 '야당' 역할을 하며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시도에 저항하길 기대하는 중국의 의중이 감지되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9일 사설을 통해 "한국이 부득이 미국이 짠 소그룹(칩4)에 합류해야 한다면 한국이 균형을 잡고 시정하는 역할을 하기를 국제사회는 기대한다"며 "이는 한국의 독특한 가치를 체현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썼다.

이 매체는 별도의 기사에서 "미국의 압력에 직면한 한국 정부는 칩4 동맹 가입을 거부해 미국을 상심케 하고 싶지 않지만 동시에 광활한 중국 본토 시장에서 경제적 이익을 해칠 수 있는 중국의 분노를 유발하고 싶어 하지도 않기 때문에 담장 사이에 앉아 있는 형국"이라고 썼다.

신문은 그러면서 한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해 (칩4 가입 협상 과정에서) 대중국 수출 및 기술 제한 등에 관한 것을 포함해 더 많은 요구 사항을 제기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기술 분야 전문가인 샹리강은 이 매체에 "한국이 결국 칩4 회원국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칩4 내 여러 현안에서 대미 대항 세력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한국이 "중국의 반도체 시장을 탄압하기 위해 미국이 제기할 많은 요구 사항에 저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샹 씨는 또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들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충분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이나 다른 지역들이 중국 시장으로부터 이탈하도록 강요하기 위해 매우 강경한 수단을 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18일 논평을 통해 한국의 칩4 참여 문제에 대해 "만약 한국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다면 득보다 실이 클 것임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또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19일 같은 사안에 대해 "관련 당사자 측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갖고 자신의 장기적인 이익과 공평하고 공정한 시장 원칙에서 출발해 글로벌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정을 수호하는 데 도움 되는 일을 많이 하길 희망한다"며 반대 입장을 에둘러 밝혔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20일이 지난 상황에서 중국은 한국의 칩4 가입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한국이 칩4에서 중국의 이익을 대변해 주길 기대하고 요구하는쪽으로 대응 기조를 조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반도체 수출의 높은 대중국 의존도, 중국 내 한국 반도체 생산 공장들의 존재 등으로 한중 반도체 산업이 긴밀히 엮인 상황에서 한국이 칩4에 가입하면 미국이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려 할 때 그것을 막아서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역발상의 기대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9일 오후 칭다오에서 열리는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도 한국의 칩4 참여 문제가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다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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