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 지원법 등 미국 내 생산과 제조업 부활을 위한 정책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 안보와 일자리 창출 등이 미국 내 생산을 강조하는 주요 이유지만 실제 효과는 이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11일 뉴욕타임스(NYT) 경제 칼럼니스트인 피터 코이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복잡한 문제'라는 제목의 글에서 1920년 시행된 상선법(일명 존스액트)을 토대로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미국산 제품 사용을 강조하는 바이든 정부의 '바이 아메리칸'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상선법은 미국 내 항구 간 운송은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인이 소유하고 미국인이 선원(둘 다 75% 이상)인 선박으로만 가능하도록 한 법이다. 전시에 동원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상선을 확보하는 동시에 일자리를 보호하는 게 이 법이 만들어진 이유다.

그러나 자유주의적 성향의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에 따르면 이 법에 따른 상선은 1980년 257척에서 올해 93척으로 급감했다. 이는 경쟁 부재로 조선사가 민간 선박 가격을 올리면서 물류 업체들이 연안 해운 대신 철도나 트럭을 사용하는 비율을 늘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걸프전 때 해상 수송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미국은 당시 소련 국적기 화물선 사용을 소련에 요청했으나 거절당하는 등 국가 안보를 위해 만들어진 법이 정작 안보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이 칼럼니스트는 지적했다.

나아가 미국 조선사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을 건조하지 않기 때문에 푸에르토리코는 미국 내에서 가스를 조달하지 못하고 오만에서 가스를 수입하는 등 막대한 경제적 비용 부담도 초래하고 있다고 이 칼럼은 밝혔다.

카토연구소의 콜린 그래보 연구원은 "미국에 많은 상선이 필요하다는 것은 동의한다"면서 "미국 해운사들이 한국이나 일본과 같이 믿을 수 있는 동맹에 더 싼 선박을 구입할 수 있게 하는 게 낫다. 그렇게 하면 전시에 상선 확보가 더 쉬울 뿐 아니라 러시아나 중국의 선박은 여전히 배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선법은 일자리 측면에서도 실제로 큰 도움은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 법을 지지하는 미국해운파트너십은 관련 일자리가 65만개라고 주장하지만, 카토연구소는 이에 훨씬 못미치는 9만5천여개라고 밝혔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도 9일 칼럼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제조업 부활 정책이 고도화한 산업 사회에서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고 동맹 배제 등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 칼럼은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 "전기차는 내연 기관차보다 부품이 적기 때문에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 자체가 적다"면서 "미국이 전기차 산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지만, 전기차 생산이 미국에서 이뤄진다 하더라도 미국 자동차 산업에서 고용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근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지원법 등의 입법 성과를 강조하면서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말은 더는 구호가 아니다. 바닥에서부터 경제를 재건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미국 내 생산과 제조업 부활 성과를 부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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