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위기설에 휘말린 스위스의 세계적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가 미국 당국의 탈세 혐의 수사라는 추가 악재까지 맞닥뜨리게 됐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2014년 크레디트스위스가 비밀 역외 계좌를 통해 미국 고객들의 탈세를 도운 혐의를 인정한 이후에도 계속 미국 고객들의 자산 은닉을 도왔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당시 직원들의 탈세 교사·방조 행위를 인정하고 미 당국에 약 26억달러(약 3조7천300억원)의 벌금을 냈다.

이번에는 법무부가 내부 고발을 바탕으로 이 은행이 남미 등 국적을 가진 미국 계좌 소유자들의 수억 달러 규모 자산을 미 국세청(IRS) 상대로 숨기도록 해 탈세를 도왔는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상원 금융위원회도 크레디트스위스에 대해 법무부와 비슷한 혐의로 조사 중이며, 수 주 안에 관련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위원장인 론 와이든 상원의원(오리건·민주당)은 성명을 통해 크레디트스위스가 그동안 해외 미신고 계좌를 숨겨온 미국인 고객들을 계속 도왔다는 정보를 조사해왔다고 밝혔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 같은 탈세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은행은 입장을 내고 "2014년부터 세무 당국으로부터 자산을 은닉하려는 사람들을 근절하기 위해 미신고 계좌가 확인되면 폐쇄했으며, 정책을 따르지 않거나 우리의 높은 기준과 맞지 않는 직원을 징계하는 등의 개선 사항을 시행해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파산한 영국 그린실 캐피털과 한국계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 캐피털에 대한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입고 최근 위기설에 휩싸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번 수사로 한층 커다란 압박을 받게 됐다.

최근 이 은행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주가가 급락했고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크레디트스위스가 올해 30억달러(약 4조2천억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 2월에는 크레디트스위스가 인신매매범, 전범 등 범죄자와 세계 각국 국가수반과 장관·정보기관장·유력 정치인 등 비밀고객 3만여명의 비밀계좌를 운영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크레디트스위스가 중남미 자산관리 사업을 일부 매각하고 손실을 내는 IB 사업을 대폭 축소하거나 철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관측했다.

한편 이날 미 뉴욕 맨해튼 남부지방법원에서 크레디트스위스의 외환시장 통화가치 조작 혐의와 관련한 재판의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이 재판은 투자자들이 2007∼2013년 온라인 채팅방을 활용한 통화가치 조작으로 손해를 봤다고 크레디트스위스 등 16개 IB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크레디트스위스와 함께 피소된 다른 IB들은 2017년 투자자들과 합의해 총 23억달러(약 3조3천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협상에 참여하긴 했으나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이날 재판에서 원고 측 변호인은 크레디트스위스가 당시 '조작 공모 네트워크'의 일부분이었다며 16개 IB들의 담합을 주장했다.

또 해당 네트워크를 통해 딜러는 이득을 보고 고객은 손해를 봤으며, IB들도 서로 경쟁하지 않은 것이 옳지 않은 행위였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크레디트스위스 측 변호인은 원고가 '고립된 작은 사안들'을 갖고 있지도 않은 큰 음모를 주장한다고 반박했다.

피고 변호인은 "이 업계에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해당 행위가 개인의 일탈이었음을 강조했다.

이번 재판은 크레디트스위스가 통화가치 조작에 가담했는지만을 판단한다.

피고가 패소할 경우 원고가 손해배상을 청구해 이후 크레디트스위스가 큰 금전적 손해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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