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지난달에도 예상을 뛰어넘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물가지수는 40년 만의 최대폭 상승 기록을 경신해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 노동부는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2%, 전월보다 0.4% 각각 올랐다고 13일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전년 동월 대비 8.1%, 전월 대비 0.3%)를 각각 소폭 상회한 것이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석 달 연속 둔화했으나, 8월 8.3%에서 9월 8.2%로 0.1%포인트 감소하는 등 둔화 속도는 느린 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슈퍼마켓에서 닭고기를 고르는 한 여성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슈퍼마켓에서 닭고기를 고르는 한 여성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6.6%, 전월보다 0.6%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근원 CPI는 8월(6.3%)보다 오히려 상승폭을 더 키워 1982년 8월 이후 40년 만의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고 노동부는 밝혔다.

전월 대비 근원 CPI 상승률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4%)를 상당 정도 상회했다.

국제유가 하락세로 휘발유 가격이 전월보다 4.9% 내려가는 등 에너지 가격지수가 2.1%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식료품(0.8%)과 주거비용(0.7%) 등이 가파른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전체 물가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시켰다.

에너지 부문에서도 천연가스(2.9%)와 전기료(0.4%)는 전월보다 올랐고, 식료품과 주거비용은 전년 동월과 비교해 각각 11.2%, 6.6%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심각한 인플레이션 상황이 재확인됨에 따라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인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3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한 연준이 향후 경기침체 우려 등을 의식해 약간의 속도조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도 일각에서 나왔으나, 이날 CPI 발표로 이러한 소수 의견은 큰 힘을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이 전체 CPI보다 더 정확한 물가지표로 간주하는 근원 CPI의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는 사실로 인해 연준이 내달 4연속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더욱 뒷받침한다.

연준의 통화정책에서 변수가 될 수 있는 고용지표도 여전히 탄탄한 편이다.

이날 노동부가 별도로 발표한 지난주(10월 2∼8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9천 건 증가한 22만8천 건으로 집계됐다.

8월 말 이후 최대치로 시장 전망치(22만5천 건)를 다소 상회했으나, 허리케인 '이언'의 영향으로 플로리다주에서 청구 건수가 급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드러지는 상승세까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속적인 금리인상과 글로벌 경기둔화의 여파로 채용을 줄이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실업자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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