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정상이 중국의 시진핑 집권 3기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간접적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내달 다자회의를 계기로 한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이 주목되는 상황에서 두 정상은 기존 입장에서 특별한 변화를 주지 않았지만 '분쟁'을 추구하지 않고(바이든), '공존'을 원한다(시진핑)고 밝혀 회담 추진을 위한 최소한의 분위기는 조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백악관에서 로이드 오스틴 장관 등 미국 국방부 지도자들과 진행한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나는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우리는 치열한 경쟁을 추구하지만, (그것이) 분쟁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對)중국정책과 관련, "우리는 군사적인 이점을 유지해야 하지만, 우리가 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과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지는 경쟁을 책임 있게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진핑 주석과의 과거 수차 대화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시 주석도 우리가 경쟁을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핵심 동맹을 강화하고 자유롭고 개방된 번영의 세계에 헌신하는 새 연합도 구축해야 한다"며 중국 견제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온 지 수시간 만에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해 시 주석이 이날 뉴욕에서 열린 미중관계 전국위원회 연례 시상식을 겸한 만찬에 보낸 축하 서신 내용이 공개됐다.

관영 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금 세계는 안녕하지도 태평하지도 않다"며 "중국과 미국이 대국으로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세계의 안정성과 확실성을 높이고 세계 평화와 발전을 추동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은 미국과 함께 상호 존중, 평화 공존, 협력 및 윈윈을 하고 새로운 시대에 중·미가 올바르게 공존할 길을 찾도록 노력하길 원한다"며 "그것은 두 나라뿐 아니라 세계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이번 메시지는 미국이 대중국 견제의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집권 3기에 미중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희망한다는 기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 정상의 이번 메시지 간접 교환은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한 중국이 군사, 기후변화 등과 관련한 복수의 미중 대화채널 단절을 선언하면서 양국이 한동안 냉각기를 가진 이후 이뤄졌다.

특히 미·중 정상이 참석 대상에 포함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11월15∼16일·인도네시아 발리)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1월18∼19일·태국 방콕)가 임박한 때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들 다자회의 계기에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이 외교가에서 거론돼 왔는데, 이번 간접 메시지 교환은 정상회담 추진의 분위기 조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6일(현지시간) '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만날 생각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만약 시 주석이 온다면 시 주석을 만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 측 구체적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내달 G20 정상회의 계기 미중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질문받자 "현재 제공할 수 있는 소식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마오 대변인은 미중 간 단절된 대화 채널 복원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쌍방이 응당 (대화 복원에) 도움이 되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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