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미국 근로자의 노동 생산성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을 놓고 노동시장 경직성, 물가 상승, 또는 이른바 '조용한 사직' 등이 제시되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31일 진단했다.

미 노동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올해 미국 2분기 비농업 부문 노동 생산성은 전분기보다 4.1%, 작년 동기보다 2.4% 각각 하락했다. 앞서 1분기에는 전분기보다 7.4%, 작년 동기보다 0.6% 각각 떨어졌다.

노동 생산성은 한 명의 근로자가 한 시간에 생산할 수 있는 상품·서비스의 양을 나타내는 지표로, 올해 감소 폭은 1947년 이후 가장 큰 것이다.

코로나19 대확산(팬데믹) 직후 기업들이 재택 근무로 전환했다가 다시 대면 업무를 하기 시작한 뒤 나타난 이 같은 생산성 하락의 배경을 두고 여러 가설이 제시된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경제학자 로런스 서머스는 '조용한 사직'을 그 이유로 들었다. 조용한 사직은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며 심리적으로 직장과 거리를 두는 것을 가리키는 신조어로 최근 미국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

서머스는 "조용한 사직을 하는 인력이 어느 정도 있고, 이는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시장 경직성도 관련이 있다.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영향력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온라인 구직 플랫폼 집리크루터의 시넘 부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이 더 많은 임금과 더 큰 유연성을 찾는 고성과자들을 잃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또 모든 근로자가 생산성 하락을 겪고 있지만, 기업들이 직원을 교체하거나 신입사원을 뽑아 교육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치솟는 물가도 노동 생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가가 오르면 노동 생산성이 같아도 근로자들이 더 많은 비용으로 더 적은 양을 생산하게 되기 때문이다.

싱크탱크인 케넌 민간기업연구소의 제럴드 코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동 생산성 하락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노동 생산성 하락은 현재 높은 물가와 싸우고 있는 미국 경제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동 생산성이 낮아지면 경제 성장도 함께 둔화할 수밖에 없다. 근로자의 '번아웃'(소진) 비율이 높고 노동 참여 비율이 낮으면 노동시간이 늘어도 생산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코언은 "인플레이션이 기존 생산과 고용, 훈련, 투자 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가 문제"라며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은 단기간의 생산성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장기간의 영향은 모호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세계 공급망 문제 등으로 인해 노동 생산성 하락 추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코언은 관측했다.

미국 싱크탱크 콘퍼런스보드의 클라스 더프리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캐나다에서도 노동 생산성이 하락했으며, 앞으로 몇 달간 그 하락 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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