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5억 달러(약 2조1천억원)에 달하는 미국 복권 '파워볼' 당첨금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덩치만 불린 지 거의 석 달째다. 당첨자가 그렇게도 나오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

AP통신은 3일 과거보다 복권 판매량이 많지 않은 것이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파워볼은 '화이트 넘버'(1∼69)에서 숫자 5개, '파워볼 넘버'(1∼26) 에서 숫자 1개를 맞히는 방식이다. 조합 가능한 경우의 수 2억9천220만1천338가지 가운데 하나를 정확히 맞혀야 한다.

우리나라의 '로또6/45'(1∼45에서 숫자 6개 조합)는 경우의 수가 814만5천60가지다. 파워볼에 당첨되기가 우리나라 로또보다 30여 배나 어려운 셈이다.

워낙 가능한 조합 수가 많다 보니 미국 전역에서 복권을 팔아도 구매자들이 전혀 선택하지 않은 경우의 수가 더 많다는 점이 당첨자를 보기 어려운 가장 결정적 이유다.

39번째 연속으로 당첨금이 이월됐던 이달 2일 최근 회차 추첨에서는 구매자가 고른 번호 조합이 가능한 전체 경우의 수의 46.6%밖에 되지 않았다.

이는 그나마 직전 회차 추첨(36.3%)에 비하면 크게 올라간 수치다. 잭팟이 커지면서 구매자가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캘리포니아의 한 복권 판매점 앞에서 줄을 선 시민들

캘리포니아의 한 복권 판매점 앞에서 줄을 선 시민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역대 최대 당첨금(15억8천640만 달러·2조3천억원) 기록이 나온 2016년 1월13일 추첨 당시에는 구매자들이 전체 경우의 수의 88.6%를 선택했다. 그 직전 추첨 때도 77.8%에 달했다.

이는 해가 갈수록 복권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확률은 희박한데 구매자가 적으니 자연히 당첨자가 나올 가능성도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8월 6일부터 2일까지 약 석 달간 이어진 당첨금 이월 기간에 화이트 넘버와 파워볼 넘버를 모두 맞혀 '잭팟'을 터뜨린 사람은 없었지만 간발의 차로 2등 상금을 거머쥔 사람들은 꾸준히 나왔다.

화이트넘버 5개를 맞히고도 파워볼 번호를 놓친 2등 당첨자는 19명이었다. 이들은 100만 달러를 당첨금으로 받는다. 복권 구매 때 '곱빼기 상품'을 샀다면 상금은 200만 달러다. 화이트넘버 4개와 파워볼 번호를 맞힌 3등(5만 달러) 당첨자는 238명이었다.

15억 달러의 주인을 가릴 5일 추첨에서도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 당첨금 규모는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역대 최대로 커질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잭팟이 커질수록 복권 구매자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AP통신은 미국에서 복권 구매가 금지된 5개 주(유타, 네바다, 하와이, 알래스카, 앨라배마)에서도 고속도로를 타고 주 경계를 넘어 복권을 사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앨라배마주 경계선과 가까운 조지아주의 한 주유소 주차장에는 앨라배마주 번호판을 단 자동차가 대다수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 주유소엔 '1호 복권판매점'이라는 표지판이 서 있었다. 상점 안에도 복권을 사려는 줄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들 5개주는 보수진영의 반대, 모르몬교 등 종교적 이유, 기존 카지노 사업과의 이해충돌 등을 이유로 복권 판매를 금지한 상태라고 AP통신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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