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사회의 대립과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인구 대국 인도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지난 16일 막을 내리자 인도 매체와 외신은 공동 선언문 중에 포함된 "지금은 전쟁의 시대가 아니어야 한다"(Today's era must not be of war)라는 문구에 주목했다.

이 말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9월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났을 때 공개적으로 한 발언이다.

이 발언이 나온 후 러시아에 우호적이었던 인도가 '거리두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내용의 G20 정상회의 공동 선언의 핵심 문구로 이 발언이 포함된 것이다.

인도 매체 NDTV는 "G20 선언이 모디 총리의 메시지로 메아리쳤다"고 보도했다.

CNN 방송은 "러시아에 대한 G20의 비판은 중국이 아닌 새로운 아시아 파워의 상승을 보여준다"며 국제무대에서 커지는 인도의 역할에 주목했다.

비나이 모한 크와트라 인도 외교부 차관도 "(모디) 총리의 메시지는 (각국) 모든 대표단에 매우 깊게 울려 퍼졌다"며 "다른 집단 간의 간극을 메우는 데도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여러 물밑 역할을 통해 협상 중재국으로 주목받아 왔다.

뉴욕타임스(NYT)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 유엔과 튀르키예(터키)가 러시아·우크라이나와 흑해 곡물 운송 협상을 타결시켰을 때 인도가 중요한 막후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9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을 포격하면서 핵재앙 위기가 고조됐을 때도 인도는 러시아에 후퇴를 요구했다.

최근에는 S. 자이샨카르 외교부 장관이 러시아를 방문, 중재 역할을 이어가기도 했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사안뿐 아니라 다른 여러 국제 현안과 관련해서도 최근 거침없이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중국 견제' 목적이 강한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의 일원인 인도는 지난 5월 미국이 주도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선언하기도 했다.

동시에 인도는 중국과 러시아가 영향력 확대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브릭스(BRICS), SCO의 회원국이기도 하다.

쿼드 회원국 간 군사훈련 '말라바르'는 물론 러시아가 주도하고 중국이 가세한 다국적 군사훈련 '보스토크(동방)-2022' 훈련에도 참여했다.

인도는 이처럼 미국 등 서방과 긴밀한 관계를 발전시키는 동시에 러시아·중국과의 관계에도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전 개전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 와중에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리기도 했다.

그야말로 진영을 넘나드는 스펙트럼을 과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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