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코인 거래소 FTX 파산 사태의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연이어 가상화폐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생상품 시장 등을 관할하는 미 규제당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로스틴 베넘 위원장은 이날 미 상원 농업위원회에 출석해 디지털자산 규제 틀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의회에 촉구했다.

의원들은 감시가 제대로 이뤄졌으면 이러한 파국을 피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질의했고, 베넘 위원장은 CFTC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규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부분이 우려스럽다"면서 "우리가 뭔가 조치를 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계속 돈을 잃고 우리는 몇 달 뒤 (피해 논의를 위해) 이 자리에 다시 모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CFTC에 가상화폐 관할권을 달라고 의회에 계속 요구해왔으며, 이날도 "CFTC에는 사기를 당한 소비자를 구제하기 위한 많은 수단이 있다. 하지만 절차가 길고 힘들며 모든 피해를 복구할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데비 스태버나우 상원 농업위원장도 "거래소가 고객 자금을 도박에 쓰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면서 "거래소가 본질적 가치가 없는 상품을 만들어내고 이를 대출 담보로 받도록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날 청문회에서는 CFTC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가운데 누가 가상화폐 시장 규제의 주무 당국으로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 의회에는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 거래를 CFTC가 관할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돼 있는데, 이 법안 통과를 위해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의회에 로비하기도 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FTX가 SEC보다 가상화폐 업계에 우호적인 CFTC에 관할권이 가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의혹이 나온다는 것이다.

미 의회에서는 FTX 파산과 관련해 향후에도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등의 청문회가 줄줄이 예고된 상태다.

이뿐만 아니라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부장관은 이날 한 행사에 참석해 FTX의 본사가 미국이 아닌 바하마에 있는 것과 관련, 가상화폐 분야에 대한 효과적인 국제적 규제를 만들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자자와 소비자, 금융 안정성을 보호하고 가상화폐의 불법적 사용을 막기 위한 규제 틀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전날 2008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언급하면서 FTX 사태를 "가상화폐 시장에서 발생한 리먼 사태"라고 평가하고 가상화폐 업계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FTX는 한때 320억달러(약 42조1천억원) 상당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세계 3위 수준의 거래소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지난달 계열사인 알라메다 리서치의 재무 부실 의혹에 이은 뱅크런(고객이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한꺼번에 인출하는 사태) 사태 끝에 결국 파산했다.

FTX가 법원에 신고한 부채는 최대 500억달러(약 66조원)에 이르고, 채권자는 10만명을 넘는 상황이다.

게다가 FTX가 고객 자금 160억달러(약 21조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알라메다에 지원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SEC와 법무부가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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