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1972년 뮌헨하계올림픽 시상대에서 인종차별에 항거한 미국 육상선수 빈스 매슈스(75)에게 내린 올림픽 영구 추방 징계를 50년 만에 해제했다고 AP 통신이 13일(한국시간) 보도했다.

현역 은퇴 후 노후를 보내는 매슈스는 명예를 회복하고 올림픽 무대에 다시 설 기회를 얻었다.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는 매슈스가 앞으로 올림픽 행사에 참가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IOC의 서한을 받았다고 밝혔다.

매슈스는 2010년 작고한 동료 웨인 콜렛과 뮌헨올림픽 육상 남자 400m 결승에 출전했다. 매슈스가 금메달, 콜렛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흑인인 둘은 시상식에서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질 때 경건한 자세와는 거리가 먼 행동으로 시선을 끌었다.

통신이 소개한 내용을 보면, 콜렛은 양손을 엉덩이에 가져다 댔고, 매슈스는 수염을 어루만지고 나서는 팔짱을 끼고 마치 '짝다리'를 짚고 선 자세를 취했다. 관중석에서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4년 전인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육상 시상식에서 금메달과 동메달리스트였던 미국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가 검은 장갑을 낀 채 주먹을 치켜올려 자국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에 항의한 행동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미국 출신 에이버리 브런디지 IOC 위원장은 매슈스와 콜렛의 행동에 경악해 둘을 올림픽에서 영구 추방했다.

그는 "시상식에서 메달을 수여할 때 온 세계가 두 선수의 역겨운 표현을 지켜봤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서 '검은 주먹'을 올린 스미스와 카를로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서 '검은 주먹'을 올린 스미스와 카를로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콜렛은 시상식 후 "지난 6∼7년간 국가가 연주될 때 난 차려자세(부동자세)를 취했지만, 조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볼 때 떳떳한 양심을 지니고는 더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며 인종 차별을 비판하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매슈스도 이에 동의하며 "부동자세로 선 사람들은 우리도 그렇게 하기를 기대하고 또 우리 주변의 일들을 잊기를 바란다"면서 "그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언론의 취재 요청을 거절해 온 매슈스는 NBC 스포츠의 기자와 주고받은 이메일에선 "내 올림픽 출전은 50년 전에 끝났고, 수십 년간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펼쳐왔다"며 "'과거를 회고하는 게 더는 즐겁지 않다면, 당신은 옳은 일을 하는 것'이라는 말에 따라 살아왔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지금 내 인생에서 옳은 일은 미래를 바라보고 나아가는 것이지 과거를 돌아보는 건 아니다"라며 50년 전 일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는 심경을 밝혔다.

스미스와 카를로스, 매슈스와 콜렛이 불붙인 올림픽 참가 선수들의 의사 표현의 자유는 54년이 지났지만, 획기적으로 바뀌진 않았다.

IOC는 지난해 도쿄하계올림픽 기간 참가 선수들이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과 국제방송센터(IBC), 메인미디어센터(MMC) 등에서 미디어를 상대로 자신의 관점을 표현하고, 공식 기자회견, 팀 미팅, 소셜 미디어 채널에서도 견해를 밝히도록 의사 표현 범위를 확대했다.

그러나 국가 연주나 시상대에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건 여전히 금지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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