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 핵융합 점화 성공

인류 최초 핵융합 점화 성공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의 국립점화시설(NIF)에서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인류 최초의 핵융합 점화가 성공했다고 미국 정부가 13일 밝혔다. 그림은 핵융합 점화를 위해 NIF가 레이저를 캡슐에 쏘는 모습을 설명한 것이다. 레이저의 에너지가 캡슐 내에서 엑스레이로 변환되며, 이를 통해 내폭(implosion)이 일어나면서 고온 고압의 플라스마가 형성돼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압축되며 핵융합반응이 일어난다. 2022.12.14. [미국 LLNL 홈페이지 공개 사진]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정부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핵융합 점화' 첫 성공을 계기로, 핵융합 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이 일반 가정과 기업에 실제로 공급되는 시점이 언제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거의 모든 전문가들은 이런 비전이 실현되는 데에 적어도 수십년은 걸릴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번 실험이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엄청나지만, 그와 별도로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킴 버딜 LLNL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연구 성과가 상용화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고 설명하면서 "아마도 50년이나 60년씩 걸리지는 않겠지만, 기반이 되는 기술들을 수십년은 (더) 연구해야 (핵융합) 발전소를 지을 수 있는 입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스마를 연구하는 실험물리학자인 캐럴린 커랜스 미시간대 교수는 AP통신에 "물론 이제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10배, 100배로 만들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항상 뭔가 다음 단계가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실험에 사용된 레이저 기기는 하루에 몇 차례밖에 쏠 수 없지만, 상업적인 핵융합 발전을 위해서는 매우 빠른 속도로 연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담은 고순도 합금 캡슐도 분당 여러 개가 삽입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의 데이비드 피클링 기자는 '블룸버그 오피니언'에 실은 '핵융합을 기다리고 있지는 말라'는 제목의 해설기사에서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 국립점화시설(NIF)의 이번 실험 성공의 의미와 한계를 설명했다.

그는 이번 성공이 주목할만한 획기적 과학 성과이긴 하지만 상업적인 면에서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태양광과 풍력이 향후 수십년 동안 화석연료를 밀어내는 동안, (현행 핵분열 방식의) 원자력이 세계 전력망에서 중요한 틈새를 메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행 석탄·가스·핵분열 발전소든 미래의 핵융합 발전소든 열에너지를 얻어서 물을 끓여서 터빈을 돌리는 방식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점은 마찬가지다.

이런 부분은 18세기에 증기기관을 개발한 제임스 와트도 이해할 수 있을만한 방식으로 설계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지난 5일 이뤄진 이번 실험에서 NIF 연구팀은 수십 나노초 동안 2.05메가줄(MJ)의 에너지를 투입해 3.15MJ의 핵융합 에너지를 얻어냈다. 투입된 에너지의 154%, 즉 1.54배가 나온 것이다.

하지만 발전소의 열효율이 통상 50% 미만임을 감안하면 이 정도로는 전력 생산 상용화에는 한참 부족하다. 열에너지를 변환하는 과정에서만 절반 이상이 손실될 것이기 때문이다.

규모의 문제도 있다. 이번 실험은 레이저를 이용해 고성능 합금으로 된 캡슐을 내폭(implosion)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이번 실험은 하루 정도 걸려 레이저 기기를 충전해 이런 캡슐 한 개를 터뜨린 것에 불과하다.

충전 시간을 감안하면 기껏해야 대략 10 와트(W) 안팎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인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가동중인 전력 생산용 원자로 대비 1억분의 1 안팎이다.

또 핵융합 과정에서 중성자가 대량으로 배출되므로 이번 실험에서 사용된 것과 같은 고순도 합금이 열화해 결국 교체돼야 하며 이 점 역시 비용에 반영된다.

인류 최초 핵융합 점화 성공한 LLNL NIF

인류 최초 핵융합 점화 성공한 LLNL NIF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의 국립점화시설(NIF)에서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인류 최초의 핵융합 점화가 성공했다고 미국 정부가 13일 밝혔다.t사진은 NIF의 실험시설. 고밀도 레이저를 캡슐에 쏘면 에너지가 캡슐 내에서 엑스레이로 변환되며, 이를 통해 내폭(implosion)이 일어나면서 고온 고압의 플라스마가 형성돼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압축되며 핵융합반응이 일어난다. 2022.12.14. [미국 LLNL 홈페이지 공개 사진]

 

플라스마 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영국 국가통계청(ONS) 데이터 사이언스 캠퍼스의 부소장으로 재직중인 아서 터렐 박사는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문에서 이번 실험에 관해 "(핵융합 점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입증한 데에 의미가 있다"며 "어떤 정부도 이번 이정표(핵융합 점화 성공)에 먼저 도달한 상태가 아니면 시험용 핵융합 발전소를 짓는 돈을 대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용 핵융합 발전소의 투입 에너지 대비 배출 에너지가 이번 실험 결과(1.54배)보다 훨씬 큰 30배 수준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실험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상용 발전소를 만들려면 레이저를 하루에 한 번 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 초당 10차례 쏠 수 있어야 하는 등 공학적·경제적으로 넘어서야 할 도전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실험 성공이 직접적으로 상용 핵융합 발전소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간접적으로, 심리적으로 보면 귀에 대고 트럼펫을 부는 듯한 효과가 있다"며 "이제 우리는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주 많다고 인정하면서도 10년 내에 상용 핵융합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이제 시작일 뿐"이라면서 "만약 우리가 핵융합 에너지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깨끗한 전력을 생산하고 수송에 필요한 연료를 만들고 중공업 시설을 가동하는 등 매우 많은 곳에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상업 핵융합로를 10년 안에 만들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며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용 핵융합로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곧바로 이를 통해 생산한 전력을 가정과 기업에 공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이번 실험처럼 고성능 레이저를 이용하는 '관성 가둠 핵융합'(ICF) 방식이 아니라, 유럽연합(EU)이나 한국 등에서 초대형 전자석을 이용해 연구중인 '자기장 가둠' 방식의 '토카막 핵융합로'가 상업적 실현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핵분열의 경우 현상 발견과 상용화 사이의 간격이 불과 10여년 수준으로 짧았으나, 이는 제2차 세계대전과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에 따른 체제경쟁 때문에 양대 초강대국이 총력전 수준으로 연구개발 지원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핵분열 발견은 1938년에 독일에서 이뤄졌으며, 이에 놀란 미국 정부는 엄청난 자금과 인력과 자원을 원자력 계획에 투입해 진척을 가속화했다.

미국은 1942년 시카고대에 첫 원자로를 세웠으며 1945년에는 첫 원자폭탄을 만들었다. 소련과 미국은 1950년대 초부터 상용 원자력발전소를 만들어 가정과 기업에 전력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상용 핵융합 발전 역시 집중적 투자가 있어야만 실현이 조기에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핵융합 실험은 1930년대부터 이뤄져 왔으며, 1952년에는 첫 수소폭탄 실험이 성공했으나 상용 핵융합 발전은 수십년째 실현되지 않고 있다.

국가핵안보관리청(NNSA) 청장인 질 흐루비 에너지부 핵안보 담당 차관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실험 성공이 전세계에서 60년이 넘도록 연구하고 개발하고 설계하고 실험한 끝에 나온 결과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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