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에는 어떤 기록도 없다. 직원들은 슬랙(Slack·사무용 메신저)을 통해서 청구서와 비용을 교환했다"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하나였던 FTX의 파산 절차를 진행 중인 존 J. 레이 최고경영자(CEO)는 13일(현지시간) 수십억 달러의 가치에 달했던 FTX를 파산에 이르게 한 허접했던 경영 방식을 '폭로'했다.

레이 CEO는 이날 미 하원 금융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 출석해 FTX가 "역사상 가장 큰 기업 사기 중 하나"인 이유를 묻는 말에 "FTX는 어떤 기록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이는 "비정상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채팅방인 슬랙에서 청구서와 비용을 교환했다고 증언했다.

과거 엔론의 청산을 맡는 등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인 레이 CEO는 또 회계 소프트웨어를 언급하며 FTX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회사가 아닌 회사가 쓰기에 좋은 퀵북(QuickBooks)을 사용했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도 했다.

퀵북은 대개 중소기업에서 사용하는 회계 소프트웨어로, 수십억 달러의 매출이나 자산을 관리하는 기업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는 FTX에는 회계사도 없었다며 "나는 FTX에서 단 한 장의 종이도 신뢰하지 않는다. 우리는 80억 달러에 달하는 고객 돈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뱅크먼-프리드가 발행인이자 수취인인 대출이 발견됐으며, 전 세계 다른 고객들이 FTX에 접근이 안 될 때 뱅크먼-프리드는 바하마 투자자 1천500명에게 1억 달러를 인출해 가도록 도왔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룹의 모든 자산을 확보하는 데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리고 그것은 긴 과정이 될 것"이라며 "결국 모든 손실을 복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레이 CEO는 "그동안 나의 경력을 통틀어 조직의 모든 부문에서 이런 기업 통제의 완전한 실패를 본 적이 없다"며 "FTX 붕괴는 경험이 부족하고 세련되지 않은 소수의 손에 기업 통제가 집중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샘 뱅크먼-프리드가 모습을 드러낸 바하마 법원

샘 뱅크먼-프리드가 모습을 드러낸 바하마 법원

[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청문회에는 당초 샘 뱅크먼-프리드 FTX 창업자가 원격으로 증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전날 미 검찰 요청으로 바하마 당국에 체포되면서 이날 청문회에서 증언하지 못했고, 바하마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는 이날 파란색 정장에 흰 티셔츠를 입고 기소인정 여부 절차를 위해 바하마 법원에 도착했다.

이는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의 형사 기소에 따른 것으로, FTX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이후 그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은 이날 뱅크먼-프리드가 청구한 보석을 기각했다. 법원은 도주 우려를 이유로 뱅크먼-프리드의 보석을 불허하고 내년 2월 8일까지 구금을 명했다.

그는 앞으로 기소인정 여부 절차를 거쳐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 여부가 결정된다.

뱅크먼-프리드는 미국으로 송환 여부가 결정되는 법원 심문과 관련한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법적으로 다툴 것임을 시사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뱅크먼-프리드는 법률팀과 함께 혐의를 검토하고 있으며 모든 법적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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