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미국 남부 등을 강타한 허리케인 '이언'이 플로리다주에서 벌통 수십만개를 파괴해 이 지역 벌꿀 수확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농업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4일 보도했다.

NYT가 인용한 플로리다주 양봉협회의 추산에 따르면 이 주의 벌통 80만개 중 15만∼30만개가 이언으로 파괴됐다.

이는 플로리다주의 벌꿀 생산뿐만 아니라 꿀벌이 꽃가루를 옮겨 수정(受精)해줘야 하는 과일·견과·채소 등 미국 전역의 농작물 생산에도 상당한 지장을 줄 전망이다.

플로리다주의 벌통들 중 약 60%는 주로 농작물 생산을 위한 수정을 도우면서 꿀을 채취하는 데 쓰이며 계절 변화에 맞춰 미국 전역을 누빈다.

캘리포니아주의 아몬드, 몬태나주의 알팔파, 워싱턴·오리건주의 배·체리, 위스콘신·노스다코타·사우스다코타주의 크랜베리, 오하이오·인디애나·일리노이·펜실베이니아주의 사과·복숭아·체리, 북동부의 블루베리·크랜베리 등의 수정에 쓰인 뒤 도로 미국 남부로 옮겨진다.

알팔파가 가축 사료로 많이 쓰이는 점을 감안하면, 플로리다주의 벌통 피해는 미국 전역의 농작물뿐만 아니라 육류 공급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꿀벌과 벌집

꿀벌과 벌집

[미국 플로리다주 양봉협회 홈페이지 공개 사진]

 

플로리다주 양봉협회 회장인 존 콜드웰은 NYT에 "벌이 꿀을 만드는 것은 우리가 비스킷에 찍어 먹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계절까지 살아남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올해 겨울을 넘길 수 있도록 노력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협회는 재해를 당한 사람들과 동물들을 돕는 글로벌 비영리단체 '그레이터 굿 채리티스'와 플로리다대학교와 함께 벌 17억마리에게 먹일 수 있도록 시럽 22만kg과 꽃가루 대체물 5만kg을 배포했다.

NYT는 플로리다주 폴크 카운티에서 남편인 마이클 새들러와 함께 '비-헤이븐 허니 팜'을 경영하는 태미 새들러의 말을 빌어 벌 농장들의 피해 상황을 전했다.

새들러는 이언으로 수백개의 벌통이 망가졌다며 운좋게 파괴되지 않은 벌통 400개를 캘리포니아주의 아몬드 농장에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3대째 벌 사육을 하고 있다는 그는 "이번 계절에 수입은 없었고 비용은 엄청나게 증가했다"며 피해에서 회복하는 데에 최소한 1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월에 그레이터 굿 채리티스로부터 받은 시럽과 꽃가루가 도움이 되긴 했지만 벌에 먹일 사료를 사들여야 하는 점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새들러는 가을 꿀 수확철에 15만 달러(1억9천만 원)의 손실을 봤다며 봄까지 타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가을 브라질페퍼나무 꽃으로부터 거둔 꿀 수확은 평년의 2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자신이 아는 벌 농장주 중 몇 명은 "(벌 농사) 그만두련다.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늙었다. 끝장이다"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올해 초 예상을 벗어난 한파가 닥치면서 오렌지꽃으로부터 얻은 수확이 40년만에 최악 수준이었던 상황에서 이언 피해까지 겹쳤다는 것이 새들러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는 고통을 겪고 있다. 힘들다. 봄까지 무척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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