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군 병력을 동원한 중미 엘살바도르의 '범죄와의 전쟁' 정책을 놓고 정부와 언론·시민단체 간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대대적인 갱단 소탕 작전을 바탕으로 살인 등 강력 사건이 현저히 줄었다는 정부 입장에 대해 시민단체 등에서는 인권 침해 등 무고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5일 CNN 스페인어판과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 등에 따르면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정부는 지난 3월말 '공공질서의 심각한 혼란'을 사유로 비상사태를 선포한 뒤 지금까지 8개월여간 강력범죄 근절 시책을 펼치고 있다.

살인, 마약 밀매, 약탈, 납치 등을 일삼는 'MS-13'(마라 살바트루차)과 '바리오 18' 같은 악명 높은 갱단 근거지에 군·경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저인망식으로 범죄자를 검거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구 29만명 정도 되는 소야팡고 지역 길목을 차단하고 가가호호 살피며 갱단 색출 작업도 펼쳤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갱단원에 대한 '무관용 철권 정책'으로 살인율이 급감하는 등 사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자신의 국정 수행 과정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부켈레 대통령은 '살인 사건 없는 날'을 트위터로 알리며 "정부 정책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은 이 정책에 만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엘살바도르 갱단 관련 그래피티 위에 덧칠 작업

엘살바도르 갱단 관련 그래피티 위에 덧칠 작업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언론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는 정부가 공포사회를 조장하며 죄 없는 시민의 일상생활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검거 작전 중 군·경의 자의적인 체포로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는 것에 대해 강한 어조로 성토하는 분위기다.

CNN은 전체 인구 633만명 중 성인(약 500만명) 2%인 약 10만명이 8개월간 이어지는 갱단과의 전쟁 때문에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엘살바도르 사회가 급속도로 군사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구금 중 고문과 학대가 만연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HRW는 지난 7일 내놓은 관련 보고서에서 "엘살바도르 경찰과 군대는 외모나 환경, 또는 확인되지 않은 소셜미디어나 익명의 제보 같은 의심스러운 증거를 바탕으로 체포 대상을 선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 소야팡고에서의 권위적인 조치에 대해 '이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완벽한 레시피'라고 힐난하기도 한 후안 파피에르 HRW 수석연구원은 "갱단과 관련 없는 사람들이 체포되고 생계를 완전히 빼앗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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