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9일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중남미 이민자와 마약 밀매 등 양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DC 회담 이후 6개월 만에 마주한 두 정상은 북미 3국(미국·멕시코·캐나다) 정상회의(10일)에 앞서 먼저 양국 간 주요 현안을 놓고 뼈있는 직설적인 메시지도 섞어가며 의견을 교환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 수십 년간 이어진 중남미에 대한 미국의 망각, 방관, 무시는 이제 종언을 고해야 할 때"라며 환영사로서는 다소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다른 지도자는 (바이든 대통령 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인 그는 '공정을 기반으로 한 상호 통합'을 강조하며 중남미에 대한 미국의 원조 확대 및 경제 통합 필요성도 역설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제 제안은 복잡하고 논쟁의 여지가 있으며, 실행에 많은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이 대륙에서의 번영과 정의로운 미래를 보장하는 데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지난 십수년간 수백억 달러 예산이 북미 지역에 할당됐다"고 답한 뒤 "우리가 더 안전할 수 있다면, 더 잘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안보와 펜타닐 같은 마약 밀매 등 문제 해결을 위한 멕시코 정부의 노력을 요청했다.

예상 밖 팽팽한 회담 초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는 듯 멕시코를 '진정한 파트너'라며 친밀감을 강조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전환점에 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하는 일이 미래 수십 년을 바꿀 것"이라고 역설했다.

악수하는 바이든 미국·멕시코 정상

악수하는 바이든 미국·멕시코 정상

(멕시코시티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대통령궁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3.1.10

비공개 회담으로 전환 전에 보인 두 정상 간 화법을 놓고 AP통신은 '무뚝뚝한 대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불법 이민과 마약, 에너지 등 양국 간 이해 상충의 정도가 작지 않은 상황에서 이날 기류는 3국 정상회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후 양국 주요 장관이 배석한 상태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양국은 마약 밀매자 적발·기소를 위한 정보 공유를 강화하는 한편 미국 '반도체 칩과 과학법'(반도체법)에 근거해 국경 인근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인센티브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백악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분으로 불법 이민자를 즉각 추방하도록 허용한 정책인 이른바 '타이틀 42'의 확대 방침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부연했다.

양국 정상은 10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함께 정상회의를 하고 주요 논의 결과를 공동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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