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업 인텔이 10일 4세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내놓은 가운데 이 프로세서 개발이 수년간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연됐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제온 스케일러블 4세대 프로세서(코드명 '사파이어 래피즈)는 출시가 예정보다 2년 가까이 지연됐다.

인텔의 샌드라 리베라 부사장에 따르면 회사 기술자들은 작년 5월에도 5년 이상 개발해온 사파이어 래피즈에서 심각한 기술적 결함이 발견되자 출시를 다시 미뤄야 했다.

리베라 부사장은 "우리는 매우 낙담했고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인텔에 따르면 이 프로세서의 성능은 전 세대 프로세서보다 평균 2.9배 높고 전력 사용량은 적다.

사파이어 래피즈는 2015년부터 개발이 시작됐는데 당시 인텔 기술자들은 4개의 반도체로 구성된 프로세서를 고안했다. 이 4개의 반도체 각각에는 개별 계산기처럼 작동하는 15개의 프로세서 '코어'가 있는 형태였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암호화 등 특수 작업을 위한 회로를 추가하고 저장 공간에 있는 반도체와 같은 다른 구성요소와 통신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이 같은 구조는 매우 복잡했고, 따라서 문제가 됐다는 것이 인텔의 설명이다.

여러 버그, 디자인·제조 결함과 제조 공정 지연·중단 등에 시달리며 2019년 12월 샘플 생산에 들어갔고 생산된 샘플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 초에 배송됐다.

이 샘플을 가지고 검증 작업에 들어갔고, 결함이 발견돼 이를 수정하면 다시 공장에서 새로운 샘플을 만들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당초 최초 출시 목표 시기인 2021년 3월을 넘겼고 결국 그해 하반기에 출시를 이듬해로 연기했다.

지난해 5월에도 결함이 발견되자 같은 해 6월 인텔은 사파이어 래피즈의 출시를 다시 연기해야 했다.

인텔이 이번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개발하며 겪은 시행착오는 미국이 반도체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되찾으려는 노력을 반영한다고 NYT는 진단했다.

1970년대부터 인텔은 컴퓨터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중앙처리장치(CPU)인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에서 선두에 있었으나 최근 몇 년간 이 지위를 잃었다.

지난 2021년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200억달러(약 24조9천억원)를 들여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인근에 새 첨단 반도체 개발·생산 기지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 상황은 쉽지 않다.

PC용 반도체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데다 인텔의 가장 수익성 좋은 사업인 서버 반도체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텔은 실적 악화로 인해 감원 등을 통한 구조조정에 나서 3년간 최대 100억달러(약 12조5천억원)의 비용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겔싱어 CEO는 사파이어 래피즈가 지연돼 출시했지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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