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11일 처음 열린 미국과 일본의 '외교·국방장관 2+2회담'은 중국의 공세로 불안정해진 아·태지역 안보환경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초점이 맞춰졌다.

양국은 이날 회담에서 중국을 가장 큰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하고 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아·태지역에서 한국과 호주 등을 아우르는 다자간 공조를 공고히 함으로써 대(對)중국 견제에 나서겠다는 구상을 강조했다.

양국은 회담을 마치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외교정책은 자국 이익을 위해 국제질서를 재편하고 중국의 발전하는 정치·경제·군사·기술력을 그 목적에 사용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행동은 동맹과 국제사회 전체에 중대한 우려이자 인도·태평양과 그 밖의 지역에 가장 큰 전략적 도전"이라고 밝혔다.

이어 "세계 그 어디에서든 현 상황을 무력으로 일방적으로 바꾸려는 어떤 것에도 맞서겠다"며 양국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수호하겠다는 약속과 미일동맹이 역내 평화, 안보, 번영의 주춧돌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런 인식을 토대로 양국은 새로운 전략경쟁 시대에 승리할 태세를 갖춘 현대화된 동맹에 대한 비전을 나누고 미일동맹이 역내와 세계의 안보 도전에 대응할 역량을 확보할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미국은 주일미군을 포함해 인도·태평양에 있는 군 태세를 최적화하기 위해 더 다재다능하고 기동력 있는 전력을 일본에 전방 배치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제3해병사단 본부와 제12해병연대를 오키나와에 그대로 두고 제12해병연대를 2025년까지 제12해병연안연대(MLR)로 재편하기로 했다.

새 부대는 첨단 정보·감시·정찰 및 대함 공격, 수송 역량을 구비해 현재와 미래 위협에 대한 억제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설명했다.

오스틴 장관은 '새 부대가 어떤 위협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일본의 방어를 돕기 위한 우리의 노력에 크게 기여하고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도 촉진할 것"이라고 말해 중국을 겨냥한 조치임을 시사했다.

특히 오키나와는 대만과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 개입을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오스틴 장관은 일본이 미국 및 입장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함께 역내 안보에 더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미일동맹 내 각국의 역할과 임무를 업데이트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미일 외교국방 기자회견에 참석한 일 외무상

미일 외교국방 기자회견에 참석한 일 외무상

(워싱턴 AP=연합뉴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미국 국무부에서 열린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2023.1.11

이 연장선상에서 미국은 일본의 새 국가안전보장전략이 미일동맹 강화에 크게 도움 될 것으로 평가했다.

이 전략은 일본이 적 공격에 대한 반격 능력을 확보하고 방위비를 2027년까지 지금의 약 2배로 늘린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일본의 전략은 미국의 국가안보 전략과 매우 일치한다"고 했고, 오스틴 장관도 일본의 반격 능력이 미일동맹을 강화한다며 강력히 지지했다.

아울러 미국은 일본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문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과 관련해 계속 중국에 문제를 제기하기로 했다.

오스틴 장관은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일본을 방어하겠다는 일본의 철통같은 약속을 재확인하고, 미일 상호방위조약 5조(집단방위)가 센카쿠 열도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양국은 상호방위조약의 집단방위 조항을 우주 영역에도 적용하기로 했다. 우주 영역은 갈수록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지금까지 이 조항이 적용되지는 않았다.

블링컨 장관은 "우주는 미일동맹의 안보와 번영에 중요하다"며 "우주에서 또는 우주 내 이뤄지는 공격은 그 성격에 따라 미일 상호방위조약 5조의 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건 의미가 크다"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회견을 마친 뒤 가진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견제하기 위한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회담에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포함해 자유롭고 열려있는 인도·태평양에 대한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하고, 대만 해협에서 평화 유지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전했다.

잇단 도발로 당면현안이 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도 이날 2+2회담에서 빠지지 않았다. 작년 10월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열도의 상공을 통과한 뒤 일본에선 가시화된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걱정이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양국은 핵 무력을 최대 속도로 강화하겠다는 북한의 정책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신념을 재확인했다.

양국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를 준수하고 일본 납북자 문제를 즉각 해결할 필요를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양국은 미국, 일본, 한국 3국 간 협력이 북한의 중대한 위협에 대응하고 인도·태평양과 그 밖의 지역에 안보, 평화, 번영을 촉진하는 데 중요하다고 보고 3자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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