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안에서 불과 100마일(약 160㎞) 거리인 쿠바에 '도청기지'를 운영 중인 중국이 합동 군사훈련 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을 쿠바 정부와 협의 중이란 언론 보도가 나왔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미 정부 전·현직 당국자들을 인용, 최근 발간된 미 정보기관 기밀 보고서에 이러한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해당 보고서는 쿠바 북부 해안에 그런 시설을 두는 방안과 관련한 논의가 진전된 단계이지만 결론이 나지는 않았음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극비로 분류된 해당 보고서에 담긴 이러한 정보에 대해 현직 당국자들은 "믿을 만하지만 단편적이다"라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WSJ이 취재한 전·현직 미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과 쿠바가 새 군사훈련 시설 건립에 합의할 경우 향후 중국 인민해방군이 쿠바에 주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2일 "중국은 2019년 쿠바에 있는 정보 수집 시설을 업그레이드했다"며 도청시설 운영 의혹 관련 보도가 사실이라고 확인했으나,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거짓은 진실일 수 없고 진실은 거짓일 수 없다"며 이를 일축한 바 있다.

중국과 쿠바가 공동 운영하는 것으로 지목된 '도청기지'에서의 정보수집 및 전자감청 활동이 합동 군사시설로 인해 더욱 활성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쿠바 내 군사훈련 시설 설치 합의를 저지하기 위해 쿠바 당국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이러한 사항과 관련한 질문에 언급을 거부했으며, 워싱턴DC의 주미 쿠바 대사관도 즉각적으로 응답하지 않았다고 WSJ은 전했다. 

 

미 정부 전·현직 당국자들은 중국이 쿠바와 협의 중인 새 군사시설이 세계 곳곳에 군사기지와 군수보급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141 계획'의 일부라는 점이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WSJ은 캄보디아의 중국 해군 전초기지와 아랍에미리트(UAE) 칼리파항(港) 내 중국군 시설, 아프리카 지부티의 중국군 기지 등이 141 계획과 관련된 시설들이지만, 지금껏 서방권에는 이런 기지가 설치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정보기관 당국자는 중국 정부가 쿠바에 도청기지를 설치하고 군사훈련 시설 추가 건립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이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미국이 대만에 첨단 무기를 수출하고 군사훈련을 지원하는 등 행보를 보인 데 대한 '팃포탯' (tit for tat·맞받아치기)식 대응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대만과 중국 본토까지의 거리는 약 100마일로 쿠바와 미국 플로리다 해안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그러나 미국 정부 당국자 일부는 중국과 쿠바가 협의 중인 계획의 세부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과도한 의미 부여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 정보기관의 한 당국자는 "최근의 보도와 관련해 확고한 결론을 도출하기는 시기상조"라며 중국과 쿠바가 안보협력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천천히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해 미 정부의 제재 완화가 절실한 쿠바 정부 입장에선 미국을 도발할 수 있는 행보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서다.

이러한 보도는 악화일로를 걷던 미·중 관계가 다소 안정화할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서 나왔다.

다만, 최근 방중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올해 2월 '중국 정찰풍선' 사태가 불거지면서 차단된 양국 간 직통 군사통신 재개에 실패했고, 방중 기간 쿠바에서의 중국 첩보활동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고 WSJ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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