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4시 20분 미국 백악관.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 남ㆍ동부 지역 송유관 운영 중단 관련 질문에 “24시간 내 몇 가지 좋은 뉴스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 같은 날 오후 5시 버지니아주(州) 패어팩스카운티. 주유소 상황을 알려주는 인터넷 사이트 ‘가스버디(gasbuddy.com)’를 보니 집 반경 3마일(약 4.8㎞) 이내 주유소 6곳 중 5곳은 기름이 모두 떨어졌다고 나왔다. 단 한 곳 주유가 가능한 50번 도로 패어팩스블루바드 쉘 주유소를 찾아갔더니 입구 주변은 20대 이상의 차량으로 긴 줄이 형성돼 있었다. 끼어들기 하려는 차량과 울려대는 경적에 현장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40분을 기다려 주유에 성공했다는 30대 여성 제시는 “누가 이런 패닉을 만들었나. 끔찍하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 오후 5시 12분 제니퍼 그랜홀름 에너지장관이 “송유관 운영은 오후 5시쯤부터 재개됐다”라고 트윗을 올렸다.

랜섬웨어 해킹을 당했던 미국 최대 송유관 운영 업체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운영 중단 닷새 만에 재가동을 공식 발표하면서 미국의 주유 대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완전 정상화까지는 일주일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사태로 미국의 취약한 사이버보안 시스템, 문제만 생기면 ‘패닉 바잉’으로 무조건 사재기부터 하는 시민의식 수준 등 여러 문제도 노출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저녁 사이버안보 역량 강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에서 벌어진 솔라윈즈ㆍ마이크로소프트 해킹 등 사이버 공격에 대비해 연방기관과 민간기업의 보안 기준을 올리는 내용이 골자다. 핵심 사회기반시설(인프라)이자 미국 남동부 일대 유류 공급 45%를 책임지는 5,500마일(약 8,850㎞) 길이의 송유관이 해킹 공격에 쉽게 무너진 것도 행정명령을 서두르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은 해킹 공격 전 수주간 사이버 보안 책임자를 물색 중이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이번 해킹으로 유류 공급망 자체가 아니라 비용 청구 시스템이 손상돼 이를 재가동하느라 시간이 소요됐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국가 기간망인 송유관 운영이 그만큼 허술했다는 얘기다. 이번 ‘다크사이드’의 해킹 공격 대상은 이 회사 외에도 브라질 배터리업체, 영국 엔지니어링업체, 미국 시카고의 기술업체였다고 로이터통신은 덧붙였다.

송유관 운영 중단은 미국의 민낯도 드러냈다. 미 온라인매체 복스는 송유관 운영 중단 후 미국 운전자들이 크고 작은 기름통, 대형 드럼통, 비닐봉투까지 이용해 휘발유를 사재기하는 사진을 보도했다. 자신의 차량에 미리 기름을 채워두는 정도를 넘어 사재기가 만연했던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전체 주유소의 70%, 버지니아의 경우 52%에서 하루 만에 기름이 완전히 떨어진 이유였다. CNN은 “1년 전 (코로나19 확산 초기) 휴지를 사재기했다면 이번에는 기름이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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