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12일(현지 시각) 비트코인을 이용한 테슬라 차량의 구매 결제 허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지난 3월 23일 자신이 직접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차량을 살 수 있다”고 밝힌 후 50일 만에 이를 뒤집은 것이다. 올 초부터 반복적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해 긍정적인 언급을 했던 머스크가 이같이 밝히자 가상화폐 시장은 크게 요동쳤다. 일부 가상화폐 투자자는 “머스크의 배신”이라고도 했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처



머스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테슬라는 (소비자들이) 비트코인으로 차량을 구매하는 것을 보류했다”며 “우리는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에 들어가는 화석연료 사용 급증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상화폐는 많은 차원에서 좋은 아이디어이며 우리는 이것이 미래에 유망할 것으로 믿는다”며 “하지만 환경에 큰 비용을 지불할 순 없다”고 했다.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 이유로 환경문제를 든 것이다. 고성능 컴퓨터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해 가상화폐를 벌어들이는 것을 채굴이라고 하는데, 비트코인을 채굴할 때 수많은 전기가 필요하다. 이 전기를 만들려면 막대한 석탄 등 화석연료가 사용되고 이것이 환경을 악화시킨다는 논리다.

머스크는 이날 한국 시각으로 오전 7시 6분에 글을 올렸는데, 가상화폐 가치가 즉각 추락하기 시작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7시 5분에 5만4742달러(약 6192만4000원)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5분 후에 5만3073.96달러(약 6002만7000원)로 3% 추락했다. 오전 9시엔 4만6000달러(약 5201만7000원)로 16% 폭락했다.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이날 사라진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1657억5000만달러(약 187조원)에 달한다.

최근까지만 해도 머스크는 가상화폐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보여왔다. 테슬라는 올 2월 8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투자 사실을 신고했고, 이 중 일부를 팔아 올 1분기 1억100만달러(약 1141억원)의 수익을 냈다. 머스크는 지난달 22일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가 “비트코인이 재생에너지를 촉진한다”고 남긴 글에 “맞는다”고 화답했었다. 머스크는 지난달 28일엔 자신을 “도지코인 아빠”라고 하기도 했다. 비트코인 결제 허용 중단 발표 하루 전인 11일에도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테슬라 결제 수단에 도지코인을 포함할지” 설문조사를 벌였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캡처



머스크의 갑작스러운 변심에 비트코인 투자자들은 머스크를 비난했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머스크가 “시장 조작을 의도적으로 일삼는 거짓말쟁이이자 악당”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국내에서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일론 머스크를 사형해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온 것처럼 합성한 사진도 온라인에 돌아다녔다.

머스크의 입장 변화에 대해서는 두 갈래 분석이 나온다. 첫째는 머스크가 비트코인이 주는 환경적 영향을 더 이상 무시하기 힘들었을 거라는 관측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안금융연구소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로 한 해 149.63테라와트시(TWh)의 에너지가 소비된다. 이는 스웨덴이 1년 동안 사용하는 양보다 많다.

테슬라는 친환경을 내세우며 전기차를 팔면서 환경에 친화적이지 않은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것에 대해 비판을 받아왔다. 투자회사 버만인베스트의 줄리아 리 최고투자책임자는 BBC에 “많은 투자자가 기업이 환경을 고려하는지 중요하게 보고 있다”며 “테슬라에도 이런 압박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머스크가 다른 속셈이 있어 갑작스러운 행동 변화를 보였다고 의심한다. 스포츠 베팅 사이트인 바스툴스포츠의 데이브 포트노이 창업자는 이날 “일론 머스크가 오즈의 마법사처럼 도지코인을 위로 보내고, 비트코인을 밑으로 내려보내고 있다”고 했다. 머스크가 비트코인 대신 도지코인을 띄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테슬라가 결제 대금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할 때 정한 환불 규정이 회사 측에 불리한 것으로 나타나자 태도를 바꾼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머스크가 가상화폐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머스크는 이날 “현재 테슬라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은 팔지 않을 것이며, 더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 채굴이 가능해지면 즉시 거래에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또 “거래당 소모 에너지가 비트코인의 1%보다도 적은 다른 가상 자산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채굴에 드는 에너지가 적은 코인을 테슬라 결제 수단으로 정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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