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돼지 도축량의 약 20%를 점유한 최대 정육업체 JBS에 대한 랜섬웨어 공격의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되고 있다. 미국 남동부 지역에 휘발유 사재기를 야기한 최대 송유관업체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해킹 피해가 발생한 지 한 달 만이다.

백악관은 러시아 정부와 이 문제를 직접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필수산업이 계속해서 러시아발로 추정되는 사이버 공격 희생양이 되면서 양국간 긴장은 고조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오는 16일 예정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린 장-피에르 미국 백악관 부대변인은 1일 오클라호마주 털사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가진 출입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 "정육업체 JBS가 지난 30일 랜섬웨어 공격을 당했다고 정부에 알려왔다"면서 "JBS 측은 몸값(랜섬)을 요구한 범죄 조직이 러시아에 기반을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고 밝혔다.

2일 블룸버그 통신은 미 정통한 소식통 4명을 인용해 이번 JBS 랜섬웨어 공격의 배후에 '레빌'(REVil) 또는 '소디노키비'(Sodinokibi)로 불리는 러시아 연계 사이버 갱단이 있다고 보도했다.

레빌은 올초 애플 맥북 제조사인 대만의 콴타컴퓨터를 해킹해 신형 실리콘 맥북 프로의 기술 정보를 공개한 바 있다. 작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 소유 계열사를 대리하던 로펌을 상대로 랜섬웨어 공격을 하는 대담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랜섬웨어는 악성 프로그램을 통해 공격 타깃을 네트워크에 가두고 데이터를 훔치거나 파일을 잠근 뒤, 잠금을 해제하거나 데이터를 유출하지 않는 조건으로 대가 지불을 요구하는 방식의 사이버 공격이다.

지난달에는 미국 최대 송유관업체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러시아에 본거지를 둔 사이버 갱단 '다크사이드'의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6일간 시스템 운영이 중단되는 피해를 겪은 바 있다.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에 의존하는 소비자는 5000만여 명으로, 당시 사태로 미 남동부 지역에서 휘발유 사재기 등 혼란이 이어졌다.

2021년 5월 11일(현지시간) 송유관 운영사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에 대한 해킹 공격으로 연료 공급난 우려 속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이 줄을 지어 서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번 공격으로 JBS의 미국과 호주 공장이 셧다운 되면서 소비자와 식당 업계 피해가 예상된다. 특히 여름철은 미국에서 구이용 육류 소비가 늘어나는 시즌으로 셧다운 사태가 계속되면 육류 가격이 오를 우려가 있는 데다, 중국발 수요도 몰려 자칫 육류 수출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요 피해 지역 가운데 하나인 네브래스카주에 지역구를 둔 뎁 피셔 공화당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최근 송유관 해킹에 견줄 또 다른 주요 공급망 공격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백악관에 따르면 현재 미 연방수사국(FBI)이 관련 조사에 착수했고, 미 국토안보부 등 유관 기관들은 육류와 가금류 공급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JBS측은 일단 대부분의 온·오프라인 시스템 가동을 재개했다고 이날 밝혔다.

다만 최대 전자기기 제조사에 이어 석유와 농업에 잇달아 해킹 공격이 발생하면서 미국의 필수산업이 러시아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될 전망이다.

백악관은 문제를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하기보다는 랜섬웨어 퇴치에 주력한다는 입장이다.

장-피에르 부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랜섬웨어의 증가하는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신속한 전략 검토에 착수했다"면서 Δ인프라 배포 Δ랜섬웨어 행위자가 은신 중인 국가에 책임을 묻기 위한 국제 협력 Δ암호화폐 분석을 통한 범죄 거래 탐지 Δ관련 정책 검토 등의 행정명령 조치를 언급했다.

아울러 "모든 정부 기관과 민간 부문에 랜섬웨어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정부 행정 명령에 따라 사이버 방어망을 업데이트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 관련 러시아 정부와 직접 대화하고 있으며, 책임 있는 국가는 랜섬웨어 범죄자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해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러시아에) 전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번 공격이 오는 16일 예정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장-피에르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백악관은 미국의 국익을 수호하는 필수적인 부분으로 간주하고 있다. 두 정상에 헤쳐나가야 할 것들이 많다"며 "정상회담은 미국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전달하고 러시아의 계획과 의도를 이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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