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도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투자이민제도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일부 의원들이 영주권 자격 부여를 더 엄격하게 하도록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도 폐지를 주장하고 있어서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자리를 창출하는 미국의 법인에 최소 90만 달러를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는 EB-5 프로그램의 핵심 조항이 이달 말 만료될 예정이다.

그동안 이 프로그램은 통상 의회의 연간 예산 패키지법에 포함돼 매년 갱신됐지만 올해는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척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 상원의원과 패트릭 레이히(민주·버몬트) 상원의원은 EB-5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외국인투자가와 투자 프로젝트를 더 깐깐하게 규제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은 개정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차라리 이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지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다. 이들 의원은 현행 EB-5 제도가 사기 사건에 악용되기 쉽고 투자금이 주로 도시지역 개발 사업에 쓰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대도시를 기반으로 둔 의원들은 법 개정에 반발하고 있다. EB-5 제도가 뉴욕 허드슨야드 개발 등 대도시 부동산 프로젝트의 재원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뉴욕을 지역구로 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17일 레이히 의원과 함께 업계 대표들을 만나 합의 가능한 타협안을 모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EB-5 프로그램이 이달 말 종료되도록 놓아둔 뒤 가을에 부활시켜 내년 예산 패키지법에 다시 끼워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WSJ는 “과거 이 제도를 가장 많이 이용한 이민자들은 중국 투자자들”이라며 “미 의회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중국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상황이 EB-5 제도의 미래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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