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 3천명 가까운 목숨을 앗아간 9·11 테러로부터 20년이 흘렀지만, 희생자 신원확인 작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9·11 테러로 모친을 잃은 나이키아 모건(44)의 뉴욕주 롱아일랜드 자택에 지난달 두 명의 형사가 방문했다.

당시 회사에서 근무 중이던 모건에게 아들이 전화를 걸어 "할머니 때문에 형사가 왔다"고 알려왔다.

지난 2001년 9월 11일 뉴욕시 세계무역센터(WTC) 북쪽 타워 94층의 한 보험회사에서 일하다 세상을 떠난 도로시 모건의 유해를 20년 만에 확인했다는 소식이었다.

유족이 20년 전 제출한 도로시의 DNA 샘플을 뉴욕시 검시관실이 최신 기법으로 재검사한 결과 작은 뼛조각과 신원이 일치한다는 결과를 도출한 것이다.

모건은 NYT에 "아직도 신원확인 작업을 하는 줄 몰랐다"며 20년 전 모친의 DNA가 담긴 어떤 물건을 샘플로 제출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로시는 9·11테러로 뉴욕 WTC에서 사망한 2천753명 중 DNA로 신원을 확인한 1천646번째 희생자가 됐다.

그로부터 며칠 뒤 1천647번째 희생자 유해의 신원이 추가로 확인됐으나, 유족의 요청으로 이름은 밝히지 못한다고 뉴욕시 검시관실은 밝혔다.

이들은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신원을 확인한 9·11 희생자들이 됐다. 초창기에는 매년 수백명의 신원이 확인됐으나, 최근에는 1년에 1명 미만으로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9·11 테러 후 무너진 뉴욕시 세계무역센터 빌딩 잔해

9·11 테러 후 무너진 뉴욕시 세계무역센터 빌딩 잔해

[EPA=연합뉴스]

 

뉴욕시 검시관실은 테러 현장에서 시신 일부 2만2천여 조각을 수습해 확인 작업에 나섰으나, 여전히 희생자의 40%인 1천106명의 신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소위 '그라운드 제로'에서 발견된 유해 다수가 몇 주 동안 빌딩 잔해에 깔려 손상되거나 분해된 상태여서 DNA 추출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검시관실은 지난 2005년 당시 DNA 포렌식 기술로는 더 이상의 신원 확인이 불가능하다며 신원 확인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밝혔다가, 같은 해 기술 발전에 힘입어 작업을 곧바로 재개한 바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9·11 희생자 신원 찾기가 다소 뒷전으로 밀리기도 했다.

바버라 샘슨 뉴욕시 수석검시관은 20년 전 유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 작업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며 "성스러운 의무"라고 표현했다.

그는 NYT에 "우리는 얼마나 오래 걸리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일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완전히 타버린 희생자도 있고 고인의 DNA 샘플 제출을 거부한 유족도 있어 모든 희생자를 확인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NYT는 지적했다.

또 일부 유가족은 이런 작업이 '희망고문'에 불과하다며 개별 유족들의 의향을 확인한 뒤 신원 대조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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