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 민간 구호그룹 등에서 아프가니스탄 내 미국인과 아프간인 대피를 위해 전세기를 마련했지만 미국 국무부의 벽에 가로막혀 실패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무부는 보안상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미 행정부의 관료주의가 사람들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폭스 뉴스는 7일 아프간 대피를 위해 민간 전세기를 마련한 측과 국무부 간 오간 이메일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아프간에 발이 묶인 이들의 대피를 위해 일련의 전세기를 조직한 에릭 몬탈보 씨는 연방정부의 관료주의가 자신들의 노력을 계속해서 방해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국무부가 그에게 보낸 이메일을 보면 미국 정부가 민간의 노력에 얼마만큼의 장애가 됐는지 드러났다고 폭스 뉴스는 지적했다.

국무부는 "독립 전세기는 (카타르 알 우데히드 공군기지를 포함한) 당신이 언급한 군 기지에 착륙이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미 국방부 기지는 물론 사실상 중동 지역에서 아마도 사우디아라비아 정도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에서 착륙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목적지 국가를 찾을 필요가 있다. 물론 미국은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메일은 제3국 정부가 자국 내 전세기 착륙을 위해 국무부의 공식 승인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이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지 미국 대사관을 통해 착륙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민간 구호그룹인 '플랜B'를 운영하는 릭 클레이 씨는 그가 마련한 전세기가 아프간을 떠나는 데 있어 유일한 방해는 미국 국무부였다고 주장했다.

국무부는 지난 2일 브리핑에서 공식적으로 전세기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간에서 비행기 출발을 막지 않는다고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지난주 보안상 위험 때문에 전세기를 군기지에 착륙시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세기가 미군 시설로 간다면 우리는 탑승한 미국인과 아프간 협력자들에 대한 위협뿐만 아니라 시설에 있는 국무부와 국방부, 국토안보부는 물론 다른 직원들의 안전과 안보를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탑승자 명단을 완전히 확인하기 위해서는 인력 등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운영 재개한 아프간 카불공항 출입구 지키는 탈레반

운영 재개한 아프간 카불공항 출입구 지키는 탈레반

(카불 A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출입구 앞에서 한 탈레반 대원이 경비를 서고 있다. 카불 공항을 비롯해 아프간 주요 공항에서는 전날부터 일부 국내 노선 항공기 운항을 재개했다. leekm@yna.co.kr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최근 "아프간에서 미국인이나 우리가 특별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전세기로 안전하게 떠나는 것을 막는 장애를 제거하고 모든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비정부기구(NGO)와 의회, 변호 그룹 등과 24시간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상 요원이 없으면 우리는 탑승명단이나 탑승자 신원, 비행 계획, 항공보안협약 등을 확인할 수 없다"면서 "이것이 문제이지만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또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여권을 가진 미국인이 아프간을 떠나는 것을 막고 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미 정부는 지난 6일 미국 시민권자인 여성과 3명의 자녀 등 4명이 아프간 철군 이후 처음으로 육로를 이용해 아프간을 벗어났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자신들이 이 가족의 탈출을 도왔다고 주장했지만, 이들의 대피를 조직한 측은 국무부가 거의 아무런 공이 없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Radiok1230 우리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