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10개월 만에 처음 치러진 주요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민주당은 기존에 차지하고 있던 버지니아 주지사 자리를 공화당의 친트럼프 후보에게 내줬고, 낙승을 기대했던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는 개표 막판까지 고전을 겪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빨간불이 켜졌다.

폭스뉴스와 CNN 등 미국 주요 방송사들에 따르면 2일 진행된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다국적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글렌 영킨 공화당 후보(55)가 2014~2018년 버지니아 주지사를 지낸 테리 매컬리프 민주당 후보(64)를 누르고 당선됐다.

AP통신에 따르면 개표율이 95%인 상황에서 영킨 후보는 50.7%로 48.6%를 득표한 매컬리프 후보를 6만7000여표 차이로 앞섰다. 영킨 후보는 초박빙이 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개표 초반부터 크게 앞서기 시작해 한번도 우위를 내주지 않고 당선을 확정지었다.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는 초반부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리전 양상을 띠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매컬리프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섰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직접 유세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영킨에 대한 공식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측면 지원했다. 민주당은 영킨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후보라는 점을 적극 부각함으로써 반트럼프 성향 유권자 표심을 자극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반감보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선거 패배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버지니아는 지난 다섯 번의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네 번 이겼고, 1년 전 대선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10%포인트 이상 앞질렀던 곳이다.

민주당 소속 필 머피 주지사가 재선 도전에 나선 뉴저지 주지사 선거 결과 역시 민주당에는 충격적이었다. 개표율이 88%인 상황에서 잭 시아타렐리 공화당 후보가 49.65%의 득표율로 머피 주지사(49.60%)를 앞질렀다.

뉴저지도 2002년 이후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고, 지난해 대선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16%포인트가량 앞섰던 곳이다.

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대혼란이 벌어지면서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 여론이 긍정 여론을 앞지르는 ‘데드 크로스’를 겪은 바이든 대통령은 또다시 뼈아픈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

전통적으로 여당에 불리한 내년 11월 중간선거 전망도 민주당에 한층 더 어두워졌다. 민주당은 현재 근소한 의석 차이로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고, 상원에서는 공화당과 같은 의석수를 보유하고 있다. 민주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상원과 하원 가운데 한쪽에서라도 다수당 지위를 공화당에 넘겨준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남은 임기 2년 동안 야당의 강력한 견제에 가로막혀 주요 정책을 추진할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공화당은 지지자들을 집결시키는 데 성공함으로써 상·하원 다수당 탈환을 위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특히 2024년 대선에 재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자신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확인하는 소득을 올렸다.

한편 보스턴과 뉴욕 등 주요 도시에서 치러진 시장 선거에서도 주목할 만한 후보들이 당선됐다.

보스턴에서는 대만계 이민자 2세 여성인 미셸 우 민주당 후보(38)가 당선을 확정지었다. 보스턴에서는 시장을 뽑기 시작한 이후 약 200년 동안 백인 남성이 시장을 독점해왔는데 처음으로 비백인 여성이 당선됐다. 뉴욕에서는 경찰 간부 출신으로 구청장을 지낸 에릭 애덤스 민주당 후보(61)가 예상대로 당선되면서 흑인으로서는 두번째로 뉴욕시장에 취임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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