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여행가방 살인사건'의 핵심용의자 헤더 맥

발리 '여행가방 살인사건'의 핵심용의자 헤더 맥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시카고=연합뉴스) = 세계적인 관광명소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어머니의 재산을 노리고 남자친구와 모의해 어머니를 살해·유기한 혐의로 7년간 복역한 20대 미국 여성 헤더 맥(26)이 본국으로 송환됐다.

3일(이하 현지시간) 현지 언론은 지난달 29일 발리 여성교도소에서 가석방된 맥이 한국 인천공항을 거쳐 이날 오전 대한항공편으로 시카고 오헤어국제공항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그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미리 대기 중이던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에게 체포돼 시카고 도심 법정에 섰다.

미국 연방검찰은 맥과 남자친구 토미 섀퍼(28)가 어머니 쉴라 본 위스-맥(사망 당시 62세)의 신탁기금 150만 달러(약 18억 원)를 노리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그를 고의 살인 및 사법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연방검찰 일리노이 북부지원은 이날 기소 사실을 공개하면서 "맥과 섀퍼가 발리로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살인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시카고 인근 오크파크에 살던 맥 모녀는 지난 2014년 8월 2일 섀퍼를 동반하고 발리의 호화 리조트 세인트 레지스로 여행을 떠났다.

그러나 열흘 후 어머니는 그곳에서 처참하게 살해돼 작은 여행가방에 담겨 버려졌다.

맥은 애초 어머니가 납치·살해됐다고 주장하다가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여행지에서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가 섀퍼를 다그치며 낙태를 종용해 섀퍼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으며, 이후 두 사람이 시신을 여행가방에 담아 유기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법원은 셰퍼에게 징역 18년, 맥에게 징역 10년을 각각 선고했고 맥은 7년 2개월간 복역한 후 조기 출소했다.

하지만 미국 검찰은 어머니가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이미 딸의 임신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를 확보하고 고의 살인 혐의에 대한 수사를 벌여 기소를 결정했다.

맥의 변호인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이미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한 맥을 다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검찰은 맥이 미국이 아닌 나라에서 처벌받았기 때문에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유죄 판결시 맥은 고의 살인 혐의에 대해 최대 종신형, 사법방해 혐의에 대해 최대 20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맥은 이들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맥은 부모가 60대와 40대, 늦은 나이에 만나 낳은 외동딸이다.

아버지 제임스 L.맥(1929~2006)은 유명 가수 낸시 윌슨·제리 버틀러·타이론 데이비스 등에게 곡을 주고 60여 장의 앨범 작업에 참여한 저명한 재즈 작곡가로, 30년간 시카고 해롤드 워싱턴 칼리지 음대 학장을 지냈다.

아버지도 공교롭게 2006년 8월 그리스 아테네 휴양지로 가족여행을 갔다가 폐색전증으로 쓰러져 사망했다.

시카고 abc방송은 친지들의 전언을 인용, 맥 모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으며 딸이 어머니에게 폭력을 써 경찰이 집에 출동하는 일이 잦았다고 보도했다.

친지들은 맥이 흑인 아버지에게 집착을 보이며 백인 어머니에게 반발했다면서 "어머니가 아버지의 유산을 낭비한다는 불만을 하곤 했다"고 전했다.

맥은 시카고 연방교도소 수감됐으며, 오는 10일 첫 심리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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