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 미국 시카고 경찰이 아내의 살해 위협이 두려워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가정폭력 피해 남편을 가해자로 오인하고 사살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시카고 경찰의 위법행위를 조사하는 독립 수사기관 'COPA'가 4일 공개한 911 신고내용과 경찰 바디캠 영상 등에 따르면 시카고 남부 주민 마이클 크레이그(61)는 지난달 4일 오전 7시30분께 911에 전화해 "아내가 내 목에 흉기를 들이대고 살해 위협을 한다"며 "경찰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크레이그는 "함께 있는 7살된 아들도 두려움에 떨고 있다. 아들을 시켜 아파트 현관문을 열어놓겠다"며 긴급히 와줄 것을 호소했다.

2명의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해 경찰임을 알렸을 때 열린 현관문을 통해 비명이 들렸고, 앞장 서서 집 안으로 들어선 경찰관은 지체 없이 2발의 총을 쐈다.

해당 경찰관은 애초 테이저건을 오른손에 들고 현관문 앞으로 다가갔으나, 비명을 들은 직후 테이저건을 왼손에 옮기고 오른손으로 권총을 뽑아 들어 발사했다.

집 안에는 성인 남녀 2명이 쓰러져 있었으나, 2차례 총에 맞은 것은 피해 신고를 한 크레이그였다.

하지만 총을 쏜 경찰관은 여성에게 다가가 "흉기에 베인 곳이 어딘지"를 누차 물었다.

동료 경찰관이 의아해하며 "누가 흉기를 휘두른 건가"라고 묻자 총 쏜 경찰관은 크레이그를 가리켰다.

그러나 이웃 주민은 현지 언론에 크레이그의 아들이 아파트 입구로 나가 경찰을 기다렸고 도착한 경찰관들에게 "엄마가 흉기를 휘둘러 아빠가 신고했다"는 사실을 전했다고 진술했다.

크레이그는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고, 아내는 건강상태 확인을 위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크레이그 가족의 변호인은 "경찰 바디캠에 담긴 비명은 크레이그의 소리이며, 흉기를 들고 있던 건 그의 아내"라면서 크레이그의 몸에 흉기에 찔린 상처가 최소 5군데 있었다고 전했다.

변호인은 "크레이그는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다. 절실한 도움이 필요했던 그를 경찰은 2차례나 총으로 쏴 숨지게 했다"고 개탄했다.

이어 크레이그의 아내가 정신건강 문제로 입원 치료를 받은 경력이 있으며 2016년에는 남편을 흉기로 찔러 체포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웃 주민들은 두 사람이 10년 전 결혼했으나, 자주 다퉈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많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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